
주황색 탑승구를 통과하면 서울 마포구 AK&홍대 1층에 위치한 기내식 카페 팝업스토어 ‘여행의 행복을 맛보다(여행맛)’에 들어갈 수 있다.
자리에 앉자 종업원이 아닌 제주항공의 승무원이 직접 와서 안내를 해주었다. 기내에서 탑승권을 확인하는 승무원, 비행기 좌석이 하나하나 떠오르며 이륙 전에만 느낄 수 있는 설렘이 느껴졌다. 메뉴에는 하늘 위에서만 먹을 수 있던 기내식과 다양한 음료수들이 있었다.
이곳은 제주항공에서 국내 최초로 시작한 기내식 카페, 여행맛이다. 여행맛은 11시부터 22시까지 운영되고 제주항공 자회사 '모두락' 카페에서 커피 제조 등을 교육받은 객실 승무원들이 직접 기내식을 제공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기에 여행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페에서 제공하는 기내식은 실제로 비행기에서 먹을 수 있는 기내식과 100% 같은 조건으로 만들어 진다고 한다.
여행맛에 데이트를 하러 온 한 커플을 만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카페가 유명한 것을 보고 궁금해서 방문한 커플이었다. 커플은 다른 카페와의 차별점으로 카트에서 승무원이 직접 음식을 주는 서비스를 꼽았는데, 이 서비스 덕분에 더 비행기를 타고 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여행을 못 가는 와중에 일상에서 기분 전환이 돼서 너무 좋았다”는 총평을 남겼다. 재방문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카페에서 제공하는 메뉴가 더 다양해진다면 또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주변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카페에 들른 직장인들도 있었다.
카페 근처 직장에서 근무하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눈에 띄는 외관에 이끌려 들어오게 됐다고 했다. 한 직장인 손님은 “오늘은 우연히 왔지만 여행을 떠나거나 근처에서 힐링하고 싶을 때 또 오고 싶다”는 후기를 남겼다.

여행맛에서 근무하는 승무원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4년 경력의 승무원 임청(31) 씨는 여기가 비행기 위는 아니지만 기내 느낌을 살리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비행기 티켓을 본뜬 컵홀더, 여권 쿠폰북, 실제 기내에서 파는 다양한 기념품들 하나하나에 이들의 세심함이 담겨 있었다.
편지가 적힌 휴지와 포스트잇들로 빼곡한 벽이 보였다. ‘카페 운영이 끝나면 꼭 하늘에서, 기내에서 만나 뵐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항공과 면접을 앞두고 동기부여를 받고자 방문했어요’ 등의 메시지가 있었다.
승무원들은 이 편지를 보면 더 힘이 난다며 나중에 지상에서 뿐만 아니라 하늘 위(비행기 안)에서도 뵙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 종사자들에게 하늘에서 뵙겠단 희망의 말은 그들에게 힘을 북돋워 주는 최고의 응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지친 모두에게 여행맛과 같은 새로운 도전은 영감을 주기도, 일상의 돌파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이번 주말은 땅 위의 비행기를 타고 잠깐의 휴가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김민지 인턴 기자 als66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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