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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기간 줄이려고 아래층부터?…매뉴얼 무시한 철거가 비극 불렀다

입력 : 2021-06-10 18:15:44 수정 : 2021-06-10 22: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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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건물 붕괴는 ‘예고된 人災’‘

위층 → 아래층’ 수평 철거가 원칙
저층에서부터 무리한 해체 드러나
工期 줄이려 동시에 허물려던 정황
文대통령 “철저 조사해 엄중 처리”
위태위태… 붕괴 전 공사 현장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지 내 철거 건물의 9일 붕괴 사고 직전 현장 모습. 철거업체 작업자들이 비산 먼지를 줄이기 위해 살수펌프로 물을 뿌리며 굴삭기를 동원해 한꺼번에 건물 여러 층을 부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광주 동구 재개발구역 철거 건물 붕괴는 철거 매뉴얼을 무시한 해체 공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5층 건물을 철거하면서 꼭대기층부터 차례대로 해체하지 않고 건축물을 지탱하는 아래층 일부 기둥과 외벽 전체를 먼저 제거해 건물이 중심을 잃고 붕괴됐다는 분석이다.

 

10일 광주 동구와 철거업체 등에 따르면 철거전문업체 한솔기업은 지난달 25일 구청으로부터 건물 해체허가를 받았으며 해체 감리자를 지정해 철거공사계획서 적정성 검토까지 마쳤다.

 

한솔기업은 지난 7일부터 5층 상가건물 철거에 들어갔다. 철거공사계획서에 따르면 철거 작업은 해당 건물 옆에 3층 높이의 토사를 쌓은 뒤 그 위에 굴삭기를 올려 놓고 5층부터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 철거해야 한다.

 

하지만 한솔기업은 건물 뒤편에 붙어 있는 2층 규모의 부속건물부터 철거했으며 본 건물의 3층 기둥과 외벽을 걷어내는 작업을 먼저 벌였다. 중간 기둥과 외벽이 헐리면서 건물이 하중을 버텨주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어 한솔기업은 사고 당일인 9일 폐자재와 토사 등을 이용해 3층 높이로 성토를 해 토산을 만든 후 굴삭기로 본격적인 철거 작업을 벌였다. 문제는 본 건물을 철거할 때 철거공사 계획서의 작업진행순서를 지키지 않아 붕괴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0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현장에서 국과수와 경찰 등 합동 감식반이 사고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조진단전문가들은 맨 위층부터 수평으로 철거작업을 벌였다면 건물 자체가 무너질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놨다. 철거공사계획서에도 외벽 강도가 낮은 부분부터 철거작업을 하도록 돼 있다. 굴삭기로 5층에서부터 외부벽을 철거한 후 안벽, 슬래브, 작은보, 큰보, 비내력벽, 내력벽, 기둥 등 강도가 약한 순으로 해체하는 게 기본 매뉴얼이다. 이런 순서로 3층까지 철거를 마치면 지상으로 장비를 이동해 1, 2층을 해체하도록 돼 있다. 건물 해체는 중심을 유지하기위해 위층에서 아래층으로 수평 철거하는 게 일반적이며 안전한 해체 방식이다.

 

하지만 공사 현장 주변 주민과 전문가들은 철거업체가 해체공사의 기본을 무시한 무리한 공사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굴삭기가 건물의 뒤편 저층과 외벽부터 허물어 하중을 이기지 못해 무너진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동구는 철거순서를 지키지 않은 해당 철거업체를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동구 관계자는 “철거업체가 5층부터 철거하는 순서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여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철거업체가 공사기간을 줄이기 위해 아래층부터 해체하고 전체를 무너뜨리는 방법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사고현장 사진을 분석해보면 굴삭기가 여러 층에 걸쳐 동시에 무너뜨리려 했던 정황이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피해자와 가족분들 그리고 더 나아가 광주 시민들에게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하여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강조했다.

 

광주=한현묵·한승하·김동욱 기자, 이도형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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