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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폐암 장기 생존 '현실로'…건보 혜택은 '비현실'

입력 : 2021-06-09 08:57:16 수정 : 2021-06-09 08: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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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항암제 등장 후 장기간 진행된 임상시험 데이터들이 발표되면서 폐암에서도 장기 생존의 기적이 현실이 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몸 속 면역 체계를 활용해 환자의 T세포(면역세포)가 스스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돕는 치료제를 말한다. 항암 치료의 효과를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암 완치 판정’은 ‘5년 생존율’을 기준으로 한다. 5년 생존율이란 암환자가 일반인과 비교해 5년간 생존할 확률이다.

 

올 초 발표된 ‘2018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암환자 10명 중 7명(70.3%)은 5년 이상 생존하는 등 암 생존율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고 있다. 부동의 암 사망률 1위인 폐암은 5년 생존율이 32.4%로 낮게 확인됐지만 면역항암제의 임상 데이터가 업데이트되며 장기 생존 효과를 입증했다.

 

◇말기 폐암 5년 생존율 8.9% vs 면역항암제 1차 치료 시 4년 생존 80%

 

올 초 세계폐암학회(WCLC 2020)에서 발표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의 장기 생존 연구에 따르면, 말기 폐암 환자에 1차 치료제로 기존 치료제(항암화학요법)와 면역항암제(제품명 키트루다)를 같이 사용(병용투여)했을 때 전체 생존기간이 항암화학요법만 사용했을 때보다 약 2배 연장됐다. 병용투여 군의 전체 생존기간은 22개월, 항암화학요법은 10.6개월이었다.

 

3년 생존 환자 비율도 2배(31.3% vs 17.4%) 늘었다. 또 2년 간 1차 치료로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을 완료한 환자의 80.4%가 4년 간 생존했다. 국내 말기 폐암의 5년 생존율이 8.9%임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결과다.

 

2년간 면역항암제 단독요법 치료를 마친 환자들의 5년 생존율 역시 약 80%로 나타났다. 지난 4월 임상종양학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면역항암제(키트루다)를 1차 치료제로 단독 사용했을 때 5년 생존율이 31.9%로, 항암화학요법(16.3%) 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전체 생존기간(26.3개월 vs 13.4개월) 역시 약 2배 늘었다. 또 2년 간 면역항암제 1차 단독 치료를 완료한 환자의 82.1%가 5년간 생존해 면역항암제에 반응을 보이는 말기 폐암 환자의 장기 생존 희망이 현실화 됐다.

 

폐암의 5년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환자의 절반 정도가 말기 단계인 4기 전이성 폐암으로 진단 받기 때문이다. 해당 환자들은 수술이 어렵고 가능한 치료 방법이 제한적이어서 5년 생존율은 8.9%에 그친다. 10명 중 9명 이상이 5년 내 사망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면역항암제 등장 후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1년치 약값만 1억…남은 과제는 건강보험 적용

 

면역항암제 1차 치료는 이미 가이드라인을 통해서도 4기 전이성 폐암 ‘표준 치료’로 인정 받고 있다. 전 세계 폐암 치료의 지침으로 활용되는 국가종합암네크워크 가이드라인(NCCN)은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차 치료제로 면역항암제 중 유일하게 ‘키트루다’ 병용·단독요법 모두를 우선 권고하고 있다. 특히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은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PD-L1 검사를 받지 않았거나 음성인 환자군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하지만 국내에선 4년째 보험급여의 첫 관문인 암질환심의위원회도 못 넘고 있다. 52개국에서 키트루다의 보험급여가 적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항암제의 급여 여부는 환자의 치료 기회 확대와도 같다. 키트루다는 한 번 투여할 때 600만~700만원이 드는 고가 면역항암제다. 1년에 약값만 1억원 가까이 든다.

 

국립암센터 폐암센터 한지연 박사는 “면역항암제 1차 치료는 이미 다수의 연구를 통해 기존의 표준항암치료 대비 월등히 개선된 치료 효능 및 생존률 향상을 입증해 여러 국가에서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지만 국내는 급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 실제로 치료 받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는 국내 폐암 환자가 장기 생존 가능성 등 높은 치료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접근성이 신속하게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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