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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보다 좋아요” [포토뉴스]

입력 : 2021-06-13 08:32:11 수정 : 2021-06-13 10: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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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사랑하는 고장’ 양평 청운면 용두마을

용두방앗간, 한우내장탕, 아빠이발관, 한옥보일러, 협신종합건축, Rori’s coffee, 한밭슈퍼, 청운작은도서관 등등등은 공통점이 있다. 다들 집을 몇 채 더 가지고 있다. 적게는 한 채부터 대여섯 채까지…. 제비집을 가진 가게들이 너무 많아 가게 이름을 적다 그만두었다. 이 마을은 요즘 강남에서 온 손님인 제비들이 새끼를 낳아 집을 들락날락하며 하루 종일 분주하다. 경기 양평군 청운면 용두마을 민속장터 주변 상가와 건물에는 서로 경쟁적으로 제비들이 집을 지어 여름을 나고 있다. 가게들이 자리 잡은 거리에 서 있으면 뭐라 표현하기 힘든 제비들의 힘찬 울음이 연신 이어진다.

제비 새끼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어미 제비는 먹이를 물어와 번갈아가며 새끼들에게 준다.

“이 동네는 왜 이렇게 제비들이 많아요?”라는 물음에 다들 “동네가 깨끗해서… 좋아서…”라며 주민들은 웃는 얼굴이다. “새끼들이 다들 자라 어미와 함께 날기 시작하면 동네 전깃줄에 나란히 앉는 장관도 볼 수 있을 거야. 어저께 비 오는 날에도 줄지어 앉아 한참을 있더라고. 혹시 그런 모습 보려고 하면 새벽이나 저녁에 와도 될 거 같아.” 이발소 사장님이 가게 앞에 떨어진 제비 똥을 치우며 말한다. “아이고 말도 말아. 여기 가게 앞에 주차해 놓으면 제비들이 얼마나 똥을 싸는지 그거 치우느라 정신이 없어. 그래도 제비들이 이 동네가 좋아서 오는 건데….” 얼굴엔 웃음 가득이다.

‘제비를 사랑하는 고장’이라고 적힌 가로기. 용두마을 거리에 걸려 있다.

마을엔 “제비가 사랑하는 고장, 청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환영 인사가 담긴 가로기가 여기저기 걸려 있다. 지난해 7월 청운면사무소에 면장으로 부임한 박동순 청운면장의 아이디어로 거리엔 제비들도 환영하고 사람들도 환영한다는 내용이 담긴 깃발이 걸려 있다. “면장으로 와보니 한때 사라졌던 제비들이 마을 집집마다 와 있더군요. 깨끗한 마을을 알릴 방법을 찾다 면정발전위원회 논의를 거쳐 올해 초 거리에 예쁜 디자인의 가로기를 설치했습니다. 제비를 캐릭터화해 마을 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농산물 포장 같은 데도 활용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렇게 많은 제비들이 찾는 마을이 별로 없습니다.” 기분 좋은 근심이다.

한 가게 주인이 제비집을 치우고 있다. 집을 지어서는 안 되는 곳에 짓는 경우도 있다.
제비집 아래 바닥에는 항상 배설물이 떨어져 있다. 주민들은 매일 치우면서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저껜 가게 앞에 다쳐서 땅에 떨어져 있던 제비에게 테이프를 붙여 의자 위에 올려뒀었는데 어디론가 갔는지 사라졌더라고. 여기서 가게를 한 지 10년이 넘어가는데 우리 집은 제비집이 꼭 두 개는 있어. 제비들도 경쟁이 치열한가 봐. 어미가 다섯 마리를 낳으면 형제들끼리 그러는지 꼭 한 마리는 떨어지더라고.”, “하도 제비들이 막 집을 지어 가게 입구에 길게 자른 흰 천을 붙여놨어. 가겔 들락날락할 때마다 똥을 싸 입구에는 집을 못 짓게 해놨지. 우리 가게에 만들어진 제비집들이 작년엔 8개나 됐어.” 다들 은연중 자랑이다.

제비들의 다양한 모습. 자세히 살펴보면 아름답다. 가만히 앉아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 사람을 닮았다.

서울 하늘 아래서 제비를 보기란 하늘의 별 따기쯤 되려나. 양평 청운면 용두마을을 지날 일이 있으면 이맘때 꼭 들러보시길. 하늘을 가로지르고 땅바닥을 스치듯 날며 울어대는 제비들의 모습에서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자연의 소중함을 느껴볼 수 있을지도.

 

양평=글·사진 허정호 선임기자 h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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