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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직제 개편 공개 반발한 김오수… ‘정치적 중립·독립성’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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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8 15:35:20 수정 : 2021-06-08 16: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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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제 개편의 문제점 국민에 적극 홍보해야"
김오수 검찰총장이 8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을 예방하러 가고 있다. 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대검찰청이 검찰 직제 개편안에 공개 반발하자 “상당히 쎄더라”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 국면은 피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형사소송법·검찰청법에 위배되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 사전 승인과 민생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강력부 통폐합에는 적극적으로 반대하라고 주문했다. 대검 검사급 인사에서 체면을 구긴 김 총장이 대검 부장(검사장) 중지를 모아 직제 개편에 공개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법무부가 검찰의 의견을 얼마나 수용할지 주목된다. 

 

대검은 8일 전날 법무부의 검찰 직제 개편안에 대한 대검 부장회의 결과를 공지하며 “검찰의 인권보호 및 사법통제 기능을 강화하려는 조직개편안의 취지와 방향에는 공감한다”며 다만 “검찰청의 조직개편은 검찰청법 등 상위법령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고,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역량이 약화되지 않는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대검은 전날 오후 5시부터 1시간 15분 동안 김 총장 주재로 대검 부장(검사장)들과 회의를 열었다.

 

대검은 특히 검찰 직제 개편안이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어긋난다고 우려했다. 대검은 “일선 청 형사부의 직접수사를 직제로 제한하는 것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검사의 직무와 권한, 기관장의 지휘, 감독권을 제한할 수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시킨다”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 사전 승인을 공개 반대했다. 

 

법무부 직제 개편안 따르면 6대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반부패(특수부)부가 없는 검찰청은 형사부 중 1개 부서만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아 직접수사를 할 수 있다. 차치지청(차장검사를 둔 지청)·부치지청(부장검사를 둔 지청)에서 6대 범죄를 직접 수사하려면 검찰총장의 요청과 법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임시 조직을 설치해야 직접수사가 가능하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검사의 수사 개시 범위를 하위 법인 시행령이 역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대검의 반대 이유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검의 반발에 대해 “법리에 대한 견해차가 있는 것 같다”며 “할 수 있는 이야기다”고 대답했다.

 

김 총장은 인사청문회 단계에서부터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시키는 검찰 직제 개편안에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지난 2일 박범계 장관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검찰 구성원들의 우려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밝혔지만 박 장관이 직제 개편안 수정에 대해 계속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대검 부장회의’ 칼을 빼들었다. 김 총장은 전날 대검 부장 회의를 직접 소집해 대검 전체의 의견을 모은 입장문을 정리해 이날 언론에 배포할 것을 지시했다. 일선 부서에는 직제 개편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알려야 한다는 주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연합뉴스

‘친정권 성향’ 꼬리표를 달고 검찰총장에 취임한 김 총장이 법무부에 강하게 날을 세운 배경에는 ‘이대로 끌려가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뜩이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가운데 취임 후 이뤄진 첫 대검 간부급 인사에서 친정권 성향의 전진 배치로 김 총장을 향한 검찰 내부의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한동훈 검사장을 비롯해 좌천된 ‘윤석열 라인’ 일부의 복권을 추진했지만 법무부가 수용하지 않으면서 한 차례 체면을 구겼다. 이 와중에 검찰의 직접수사를 대폭 축소하는 검찰 직제 개편안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정권 겨냥한 수사를 해온 수사팀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김 총장은 사실상 ‘식물 총장’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받고 있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 이어 직제 개편, 중간간부 인사가 사실상 검찰의 수사를 막고 검찰을 해체하는 수준으로 바꾼다면 그 분노가 법무부뿐만 아니라 총장에 함께 향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김 총장이 법무부에 끝까지 의견을 관철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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