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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개선 TF’ 운영… 또다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軍

입력 : 2021-06-08 06:00:00 수정 : 2021-06-08 1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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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조치에 대응도 부실
사건 송치 55일간 가해자 조사 안 해
국방부 감사관실도 현장 조사 돌입
변호인 선임 메뉴얼도 무시 정황
유족 “1년간 세 차례 성추행 피해”
文, 병영문화 개선기구 설치 지시
정치권도 범죄 근절 등 대책 쏟아내
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중회의실에서 열린 ‘성폭력 예방 제도개선 전담팀(TF)’에서 참석자들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국방부 제공

성추행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군 부사관 이모 중사 사건과 관련해 공군 초기 대응의 총체적 부실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세 차례 피해가 있었다는 유족의 폭로 등으로 국민적 비난 여론에 직면한 국방부는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늑장보고·매뉴얼 미준수… 끊이지 않는 의혹

 

국방부는 부실 수사 논란에 휩싸인 공군검찰에 대한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 공군검찰은 지난 4월 초 성추행 사건을 송치받은 뒤 55일간 가해자 조사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 장모 중사의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고도 곧바로 집행하지 않은 채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받았다.

 

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에 대한 수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군 소식통은 “원론적인 얘기지만 이 전 총장도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다”며 “소환조사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옷까지 벗은 총장을 지휘책임을 물어 사법처리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겠냐”면서도 “한두 차례 불러 조사할 개연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이성용 전 공군 참모총장. 연합뉴스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와 제20전투비행단,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던 국방부 감사관실은 이날부터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센터는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를 국방부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센터가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사건 발생 사흘 만인 3월 5일이었지만, 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에 보고한 때는 4월 6일이었다. 그나마도 사건 경위를 알 수 없는 월간현황보고 형식의 ‘성추행 피해 신고 접수’였다.

 

국방부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에는 성폭력 신고 상담을 접수하면 국방부 장관이 지정하는 양식에 따라 일선부대 상담관→각 군 본부 양성평등센터→국방부 양성평등정책과의 업무계선으로 ‘개요 보고’를 하도록 돼 있다. 사회적 이슈가 될 사건은 개요 보고 후 세부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훈령을 위반한 셈이다.

 

국선변호인 선임을 둘러싼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여성 피해자에게는 사건처리 관계자(수사관, 군검사, 국선변호사)를 여성으로 우선 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성 국선변호사가 없으면 민간 변호사를 국선변호인으로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공군은 지난 3월 9일 1년차인 남성 군 법무관 A씨를 국선변호인으로 선임했다. 공군이 ‘여성 변호사 우선배정’ 지침 등을 어기고 1년 차 군 법무관을 국선변호인으로 지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족측 변호인 김정환 변호사는 이날 오후 검찰단에 직무유기 등 혐의로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한 차례도 면담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변호사는 “직무유기 혐의 외에 묵과할 수 없는 다른 혐의가 더 있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또 이번 사건을 포함해 지난 1년 동안 세 차례 성추행 피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다른 부대에서 파견된 준위와 이번 사건에서 회유를 시도한 상관, 이번 사건 가해자인 장 중사 등 3명의 강제추행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단은 7일 오후 4시10분, 이 중사에 대한 2차 가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부대원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성폭력 대책 잇따라 내놓는 국방부·정치권

 

국방부는 이날 성폭력 예방 제도개선 전담팀(TF)을 구성해 부실한 군 내 성폭력 대응체계 개선에 착수했다. 8월까지 운영되는 TF는 육해공군과 해병대 관계자, 국방부 양성평등위원회 민간위원과 여성가족부 추천 위원으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지난 3일부터 16일까지 운영되는 성폭력 특별신고 기간에 접수되는 신고를 처리하기 위한 성폭력 신고 특별조치반도 이날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국방부에 따르면, 현재 15건의 피해 신고가 들어왔으며, 이 가운데 10건은 수사·조사를 할 예정이고, 5건은 상담을 진행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도 관련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참모진과의 회의에서 “병영문화를 개선할 기구를 설치해 근본적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군 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TF를 구성하기로 했다. 국민의힘도 ‘군 성범죄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평시에는 군사법원을 폐지하는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국회가 군 인권보호관 설치를 위한 후속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 등에서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진정성 여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특위와 청문회는 정치권에서 늘 만들어내는 뻔한 대책”이라며 “이슈가 커지니 공군참모총장이 물러나긴 했지만, 이 정도 사안이면 보고를 늦게 받았다 하더라도 사단장, 대대장 등 상급 지휘관에게까지 책임을 묻고 옷을 벗게끔 강화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수찬·이희진·이도형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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