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바지에 접어든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며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이준석 후보를 나경원, 주호영 후보가 협공하는 과정에서 구태를 드러내고, 이에 이 후보도 맞대응하며 거친 말이 오간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야권 대선후보군에서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나 후보의 의혹 제기에 “그런 걸 젊은 사람들은 ‘뇌피셜’이라고 한다. 망상에는 응답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굉장히 모욕적”이라고 발끈했다. 이, 나, 주 후보는 그동안 ‘찌질·구태’ ‘탐욕·심판’ 등 듣기 민망한 막말을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이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문자가 당원들에게 대량 발송된 것도 논란이 됐다. 이 후보는 “30만명이 넘는 당원에게 노골적인 이준석 비방 문자를 뿌린 정황이 발견됐다”며 그 배후로 나 후보 측을 지목했다. 나 후보 측은 즉각 이를 부인했으나 당 선관위가 조사에 나서는 등 파장이 만만치 않다. 정체불명의 ‘비방 문자’ 역시 전형적인 구시대 정치 수법이라는 점에서 실망스럽다.
이, 나, 주 후보 간 거친 설전은 지난주 불거진 계파 갈등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나 후보는 “대통령 후보를 보유한 계파에서 당대표를 맡으면 대선후보 경선에서 공정성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을 끌어들여 이 후보를 저격한 것이다. 주 후보도 “유승민계가 전면에 나서 계파정치의 주역으로 복귀하고 있다”고 했다. 나, 주 후보가 뜬금없이 계파 논쟁을 끄집어낸 건 일반 여론조사에서 밀리자 본경선의 70% 비중을 차지하는 당원투표에서 반전을 꾀하려는 의도에서다. 당내에서조차 “막장”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저질 공세가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이 이번처럼 국민의 관심을 받은 적이 드물다. 당 지지율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어제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29.7%에 그친 반면 국민의힘은 38%에 달했다. 특히 중도층에서 국민의힘 선호도가 높아졌다. ‘36세 0선’인 이 후보가 선전하면서 여론의 이목을 끌기 시작했는데 중진·신인이 뒤엉킨 설전과 계파 논쟁은 흥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구태 정치가 다시 고개를 들면 국민의 지지도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새로운 보수의 길, 보수혁신 비전을 놓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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