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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서 신종 전염병이 유행을 하지/ 모두가 빚을 내서라도 성형을 하려 하고/ 자기가 본래 본바탕이 예뻤던 것처럼/ 그렇게 성형미인들은 거리를 활보하지만/ 어릴 적 사진들은 모두 없애고 겉으로 당당하게 결혼하지만/ 2세가 태어나면 모두 놀라고 그럴 땐 남자집안 탓을 하면서/ 꼭 그렇게까지라도 해서 모두가 미인이 되고플까.’

댄스 그룹 노이즈의 노래 ‘성형미인’의 가사다. 외신이 ‘성형 공화국’이라고 비아냥거릴 만큼 외모지상주의가 유별난 한국 사회의 그늘을 꼬집는다.

성형수술은 1, 2차 세계대전 때 중증 전상자가 폭증하면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 1차 세계대전 부상병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몸은 멀쩡한데 얼굴이나 머리를 크게 다친 경우가 흔했다. 참호전이 원인이었다. 참호에 숨어 머리만 내놓은 채 총을 쏘다 보니 총상 부위가 얼굴에 집중됐다. 외모가 혐오스럽게 변한 상이용사들은 주변 시선이 두려워 집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애국을 하고도 죄인처럼 숨어 산 이들의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이가 ‘성형외과의 아버지’로 불리는 해럴드 길리스다. 영국 케임브리지 군병원에 얼굴·턱 수술 전문 병동을 세운 그는 1917년부터 1925년까지 5000여명의 부상병을 치료했고 수술 횟수는 1만1000건이 넘는다고 한다. 부상병들이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운 길리스야말로 히포크라테스 정신을 실천한 진정한 의료인이다. 기형적인 외모로 인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데 성형수술만 한 게 없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는 탓할 게 아니다. 문제는 얼굴에 한 번 칼을 대면 성형 중독에 빠지기 쉽다는 데 있다.

“나는 예전 얼굴을 되찾기 위해 수천 번의 성형수술 주사를 맞았다. 이제 내 인생은 후회로 가득 차게 됐다. 절대로 얼굴에 손대지 마라.” 1974년 개봉된 영화 ‘007 황금총을 가진 사나이’에서 본드걸로 출연했던 여배우 브릿 에클랜드의 말이다. 보톡스와 필러 등을 과도하게 시술받아 성형 중독 후유증을 겪은 것에 대한 회한이 녹아있다. 성형 중독에 빠지면 미녀가 되려다 추녀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성형 시술 전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을 되새길 일이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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