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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생존자 만난 윤석열 “괴담유포 세력, 나라 근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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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07 06:00:00 수정 : 2021-06-07 0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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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맞아 연이틀 호국·보훈 행보
전날 ‘K-9 폭발 사고’ 피해자도 만나
“안보가 위태로운 나라, 존속 못 해”
전날 현충원 가선 의미심장 글 남겨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
정치권, 사실상 대선 출마선언 평가
김종인 “한 우물 판 사람 잘 되겠나”
尹겨냥 잇단 부정적 평가 배경 관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인 6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 전준영 회장의 집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제공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을 맞아 연일 ‘호국·보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 전 총장은 현충일인 6일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 회장인 전준영(35)씨를 찾아갔고, 전날엔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데 이어 ‘K-9 자주포 폭발 사고’ 피해자 이찬호(28)씨를 만났다. 잠행을 이어가던 윤 전 총장이 이틀째 행보를 모두 공개하면서 정계진출, 나아가 대권 도전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 서울 모처에서 이씨와 만나 “국가를 위해 헌신하다 부상하거나 생명을 잃은 사람들과 그 가족들이 아픔을 치유하고 헌신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안보 역량과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일”이라며 “보훈이 곧 국방”이라고 강조했다고 윤 전 총장 측이 전했다. 2017년 8월 강원 철원군의 한 육군 사격훈련장에서 발생한 K-9 폭발 사고로 이씨를 포함해 5명이 크게 다치고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윤 전 총장은 “(이씨와 같은 이들이) 심리적 트라우마와 사회적 단절감에 대해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며, 사회에 복귀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까지가 국가의 의무”라고도 역설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대전 유성구에 있는 전씨의 자택을 찾아가선 “천안함 피격 사건은 대한민국이 여전히 전쟁의 위협에 노출된 분단국가임을 상기시키는 뼈아픈 상징”이라며 “안보가 위태로운 나라는 존속할 수 없고, 경제와 민주주의 모두 튼튼하고 강력한 안보가 담보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씨는 모자 등 천안함 사건 관련 기념품으로 거둔 수익으로 생존 장병들을 지원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각종 유언비어에 대해선 “괴담을 만들어 유포하는 세력들, 희생된 장병들을 무시하고 비웃는 자들은 나라의 근간을 위협하고 혹세무민하는 자들”이라며 “순국선열 앞에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윤 전 총장은 그러면서 “내가 어제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쓴 이유”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전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 충혼탑 지하 무명용사비와 위패봉안실에 헌화와 참배를 했다. 이후 일반 묘역에서 월남전과 대간첩작전 전사자 유족 등을 만나 위로했다. 이는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후 두 달여 만에 공개된 윤 전 총장의 정치행보다. 특히 윤 전 총장이 현충원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은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했다.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선 출마를 거의 선언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을 하루 앞둔 지난 5일 서울 모처에서 ‘K-9 자주포 폭발사고’ 피해자 이찬호씨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윤 전 총장 측 제공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고 난 뒤 입당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 전 총장은 일단 ‘제3지대’ 등을 전제로 한 캠프 구성은 하지 않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조만간 공보·수행 역할을 할 5명 정도 규모의 참모 조직을 꾸려 공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전 총장 측 관계자는 “이번 주에 참모진을 공개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별의 순간을 잡았다’는 표현으로 윤 전 총장을 높게 평가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또 다시 윤 전 총장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이 지난 4일 만찬에서 윤 전 총장을 두고 “세계적으로 봤을 때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가 없지 않느냐”며 “한 분야(수사)만 오래 한 사람이 잘 되겠나”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여소야대 정국이 되고, 경제도 지금 엉망이 됐는데 이런 상황에선 정치력과 경륜이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도 털어놨다고 한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윤 전 총장 등 야권 대선주자들을 겨냥해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 하는 것 같다”, “100% 확신할 수 있는 후보가 있으면 도우려고 했는데 그런 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등 180도 달라진 발언을 쏟아냈다. 이를 두고 김 전 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의 만남이 불발되자 우회적으로 불만을 털어놓고 있는 것이란 분석, 윤 전 총장에게 보다 뚜렷한 행보를 주문하기 위한 질타라는 분석 등이 나왔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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