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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일간 가해자 조사 안 한 軍… 文 “국가가 못 지켜줘 죄송”

입력 : 2021-06-07 06:00:00 수정 : 2021-06-07 0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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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사관 추모소서 유가족 위로
현충일 추념사서도 공식 사과
“병영문화 폐습 바로잡겠다”

군, 55일간 가해자 조사 안 해
피해자 숨지자 뒤늦게 불러
고인 영정 바라보는 文 문재인 대통령이 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자 이 모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추모한 뒤 고인의 영정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최근 군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매우 송구하다”며 성추행 피해 공군 여성 부사관 이모 중사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이 사건과 관련, 문 대통령이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또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유족을 위로하고 서욱 국방장관에게 엄정수사를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서 진행된 제66회 현충일 추념사에서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보훈은 지금 이 순간, 이 땅에서 나라를 지키는 일에 헌신하는 분들의 인권과 일상을 온전히 지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참석 뒤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 이 중사 추모소에 들러 유족들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서 장관에게 ”철저한 조사뿐 아니라 이번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또 “얼마나 애통하시냐”며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국방부 검찰단과 국방부 조사본부는 초기 이 사건을 접수한 공군 검찰이 두 달 동안 가해자 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는 등 안이하게 대처한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은 이 중사가 3월 초 성추행 피해를 신고한 뒤 약 한 달 만인 4월 7일 20비행단 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시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공군 검찰이 가해자인 장모 중사를 상대로 첫 조사를 한 건 55일 만인 지난달 31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첫 조사 일정을 이달 4일 이후로 했다가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되자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오후 현재 지난 4일 계룡대 공군본부군사경찰단과 제15특수임무비행단 군사경찰대대를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해 확보한 내부 전산 보고 자료 등을 분석 중이다. 검찰단은 아울러 공군 군사검찰이 지난달 31일 임의제출 형태로 확보한 가해자 장 중사의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국선변호인이 이 중사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한 피해자를 사실상 방치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유족 측은 내주 초 공군 소속 국선변호인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추가 고소할 방침이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 국방헬프콜 광고가 걸려있다. 뉴스1

◆文대통령 “軍에 환골탈태 메시지 줘야”… 현충일 추념식 후 추모소 방문 전격 결정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고’ 피해자인 고(故) 이모 중사의 추모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 참석 직후 이 중사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유족과 만났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 중사의 부모에게 “얼마나 애통하시냐”며 위로했다. 이 중사의 부모는 문 대통령에게 철저한 조사를 부탁했고,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며 “부모님의 건강이 많이 상했을 텐데 건강 유의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 성추행 피해 이모 중사의 영정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추모소 방문은 현충일 추념식 직후 이뤄졌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는 추념식이 끝난 뒤에야 정식으로 일정이 공지됐다. 문 대통령이 직접 추모소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추모소를 찾는 이유에 대해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군이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앞서 내부회의에서도 이 안을 계속 거론했으며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사 추모소에 보낸 문 대통령 명의의 조화도 대통령 지시사항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 중사 사건을 언급한 것에도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작용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동·인권 변호사를 오래 하셔서 그런지 지난번 고 이선호씨 사건이나 이번 사건 등을 계속 언급하시곤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택항에서 벌어진 산재 사고로 숨진 이선호씨 빈소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송구스럽다”고 사과했었다.

 

6일 경기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이모 중사의 빈소를 찾은 조문객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추모소에는 정치인뿐 아니라 시민과 지인의 발길도 이어졌다. 방역으로 추모소 안 인원을 제한한 탓에 오후 한때 조문을 기다리는 정치인과 일반인 방문객들이 섞여 추모소 바깥으로 20m가량 줄을 서기도 했다.

 

추모소를 찾은 이들은 허망한 죽음에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성남에 살고 있다는 회사원 이기인(37)씨는 “비슷한 사례가 또 생기지 않도록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한다”며 “비슷한 나잇대인 이 중사의 일을 알게 된 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4일부터 매일 이곳을 방문했다는 친구 A씨도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다. A씨는 “그저 착하고 예뻤던 내 친구의 일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내가 원하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확실한 처벌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국민의힘 하태경·신원식 의원이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관련 사건을 유족 측으로부터 미리 제보받고도 무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도형·박병진·이종민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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