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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0시간 격무 시달리다 회식에서 쓰러져 사망한 부사관 '업무상 재해' 인정

입력 : 2021-06-07 07:00:00 수정 : 2021-06-06 14:5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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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망인의 과로와 스트레스 등 업무상 부담으로 관상동맥박리증이 발생하거나 기존 질병이 현저하게 악화해 상병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사망과 공무수행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주 60시간 근무하는 등 격무에 시달리다가 회식 자리에서 쓰러져 사망한 공군 부사관이 유족의 소송 끝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숨진 군인 A씨의 배우자가 "유족연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공군 한 부대에서 주임원사로 근무하던 A씨는 2018년 10월 17일 부대 회식에 참석했다가 코피를 흘리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에 옮겨졌으나 같은 날 숨졌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관상동맥 박리증으로 나타났다.

 

공군본부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는 A씨의 사망이 순직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으나, 국방부는 공무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A씨 배우자는 국방부의 처분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으나 군인연금급여 재심위원회에서도 청구를 기각하자 작년 1월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망인의 과로와 스트레스 등 업무상 부담으로 관상동맥박리증이 발생하거나 기존 질병이 현저하게 악화해 상병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고, 사망과 공무수행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전산 기록에 따르면 A씨는 사망 전 1주일 동안 근무시간이 총 55시간 11분이었고, 사망 전 12주 동안 주당 평균 48.4시간가량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판부는 실제 A씨의 근무 시간이 그보다 훨씬 길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망인의 업무가 매우 다양하고 조기 출근이나 야근하는 경우가 잦았던 점을 고려하면 컴퓨터 접속 시간을 기준으로 근무 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더 적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망인은 사망 전 1주일 동안 60시간, 12주 동안 주당 평균 51.48시간 근무했다"면서 "망인이 사망에 근접한 시기인 추석 연휴 내내 출근하고 진급 심사를 위해 휴무에도 관련 자격증 시험에 응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록 망인에게 이상지질혈증이 있었지만,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해왔고 평소 다른 특별한 질환이나 건강상 징후를 보였다는 사정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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