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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3세 여아 생전에도 며칠씩 홀로 방치… 판결문에 드러난 학대 전모 [데스크 픽]

입력 : 2021-06-05 10:00:00 수정 : 2021-06-05 01: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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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남에게 혈육 아닌 아이 양육부담 주기 미안하고
둘 만의 시간 보내고 육아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소에도 며칠씩 아이 혼자 남겨두고 동거남 집서 지내
빵 몇 조각, 우유 4개 남겨놓고 전기 끊긴 집에 아이 버려
구미 3세 여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언니 김모(22)씨가 4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열리는 선고 공판을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경북 구미 빌라에서 3세 여아를 빈집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22)씨가 재판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판결문에는 김 씨가 아이 생전에도 상습적으로 방치하고, 무더위 속에 굶어죽을 것을 알면서 버리고 떠난 이유와 아이 사망 후에도 꼬박꼬박 아동수당을 챙긴 파렴치한 행적 등이 드러나 있다. 

 

◆마들렌 빵 6개, 200㎖ 우유 4개, 죽 1개 주고 떠나

 

김 씨는 지난해 8월10일 저녁 빌라에 3세 아이를 혼자 두고 나왔다. 1년 전 채팅 어플을 통해 만난 남자친구 박모씨와 동거하기 위해 이사를 간 것이다. 빌라에는 마들렌 빵 6∼10개 가량과 죽 1개, 200㎖ 우유 4개만 남겨뒀다. 아이 혼자 빵과 우유 정도는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이틀 먹기도 모자란 양이었다.

 

실제로 다음날 아침 빌라에 왔을 때는 우유 1개만 남아 있었다고 한다. 결국 아이는 그 이후 200㎖ 우유 1개만으로 버텨야 했던 것이다.

 

당시 아이 키는 약 80㎝로 추정되는데 현관문 안쪽에 설치된 도어락 버튼은 바닥에서 122㎝ 높이에 위치해 있었다. 아이 스스로 도어락 버튼을 누르고 밖으로 나갈 수도, 주변에 자신의 존재를 알려 도움을 얻을 수도 없었다. 밀폐된 공간에 가둬둔 셈이다.

 

김씨는 윗층에 자신의 부모가 살고 있는데도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8일 후 남자친구의 아이를 출산했다. 같은 달 25일 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빌라에 버리고 나온 아이가 사망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 사체를 직접 목격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빌라를 찾아가지 않았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지난 3월 12일 유튜브에 공개된 경북 구미 빌라에서 숨진 세살배기 여아의 생전 모습. MBC 실화탐사대 유튜브 영상 캡처

◆“새 남편에게 혈육 아닌 아이 양육부담 주기 싫어서”

 

김씨는 아이 생전에도 상습적으로 장시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현 남편 박씨와 만난지 3개월 만인 2019년 12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배가 불러오자 지난해 3월부터 박씨 집에서 동거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 씨에게 그의 혈육이 아닌 아이에 대한 양육 부담을 지우는 것에 대한 미안함과 둘 만의 시간의 갖고 싶은 마음, 육아에서 해방되고 싶은” 욕구에 당시 24개월에 불과했던 아이를 혼자 두고 두 집 살림을 하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박씨 근무시간인 낮에만 아이를 돌보고 박씨가 퇴근할 시간이 되면 아이를 두고 박씨 집으로 갔다. 주말은 금요일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이틀 넘게 아이를 완전히 혼자 남겨뒀다. 아이에게는 빵과 우유만 조금 주고, 김씨는 박씨와 그의 집에서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보냈다.

 

경북 구미에서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친언니 A씨(22)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4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정문 앞에 시민들이 하늘로 떠난 여아를 추모하기 위해 밥상을 차려 놓았다. 뉴스1

◆혼자 있어도 잘 울지 않는 것 알고 상습 방치하다 끝내...

 

김씨는 아이가 혼자 있어도 잘 울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전기가 끊긴 어두운 방에서 혼자 울다가 지친 것인지, 아무리 울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김씨는 아이가 울지 않으니 주변에 들키지 않을 것을 알았기에 상습적으로 방치하다가 아예 버리고 떠나기로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에는 “8월10 오후 6시30분경 빌라에서 피해자를 홀로 남겨 두고 나올 때에도 피해자가 울지 않고, 다음날 오전 7시경 가보니 피해자가 피고인이 놓고 간 음식물 중 우유 1개 정도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대부분 섭취한 상태로 자고 있거나 잠에서 깨어 울지 않는 등 홀로 남겨져도 잘 울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이러한 피해자의 성향에 비추어 피해자가 음식물을 공급받지 못한 채 홀로 수일간 방치되더라도 울음소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로부터 구조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한 상황이었다”고 적시돼 있다.

 

이웃에서 어린 아이가 굶어죽어가는 것을 알지 못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DNA) 검사 결과 홀로 방치돼 숨진 채 발견된 구미 3세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석모(왼쪽·48)씨와 친언니로 밝혀진 김모(22)씨.

◆죽은 아이 아동수당·양육수당은 꼬박꼬박 받아가

 

지난해 8월 중순 아이가 숨졌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김씨는 아이 앞으로 나온 아동수당과 양육수당을 꼬박꼬박 챙겼다. 아이가 살아서 함께 지내는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간 아동수당 총 50만원, 양육수당 총 50만원을 각각 받았다. 아이가 사망한지 6개월만에 발견되기 직전까지.

 

아이 사망후 경찰의 유전자(DNA) 검사 결과 김씨는 엄마가 아닌 언니이며, 외할머니로 알았던 석모(48)씨가 친모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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