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돔 없었으면 큰일” 한목소리

미국과 이스라엘의 철통같은(ironclad) 동맹을 지키는 힘은 다름아닌 ‘아이언돔’(Iron Dome)인 걸까. 아이언돔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재정 지원에 힘입어 만든 미사일 방공 시스템으로,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교전에서 그 위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3일(현지시간) 미국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만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양자회담 개시에 앞서 덕담을 주고받았는데 아이언돔에 관한 얘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먼저 오스틴 장관이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의지는 철통같다(ironclad)”는 말로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얼마 전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4300발 이상의 로켓을 무차별 발사한 사실을 언급하며 “아이언돔(Iron Dome) 방공 시스템이 수많은 무고한 이스라엘 국민의 생명을 살렸다”고 했다. 서로 발음이 비슷한 ‘아이언클래드’와 ‘아이언돔’을 나란히 사용함으로써 철통같은 미국·이스라엘 동맹의 상징이 바로 아이언돔임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최근 하마스와의 교전에서 아이언돔을 거의 다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언돔은 1개 포대 가격이 총 600억원이고 요격용 미사일 ‘타미르’ 한 발만 무려 5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무기다. 그 때문에 이스라엘은 미국에 아이언돔 재건을 위한 긴급 군사원조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요청했다.
이날 오스틴 장관은 “바이든 정부는 하마스의 로켓 공격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이스라엘의 권리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바이든) 대통령 역시도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을 예전 수준으로 보충하는 것을 100%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아이언돔 재건을 위한 이스라엘의 10억달러 군사원조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셈이다.

간츠 장관은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하마스의 무차별 로켓 발사를 비난하며 “우리 군의 아이언돔은 주택가나 쇼핑센터, 병원을 표적 삼아 쏜 하마스 로켓 1400여기를 공중에서 요격함으로써 이스라엘 민간인 수백명의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교전에서 하마스 측은 무려 248명이 숨진 반면 이스라엘은 사망자가 12명에 그쳤는데 이런 결과는 전적으로 아이언돔 덕분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간츠 장관의 이번 방미는 이스라엘 국내 정치의 격변 때문에 더욱 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15년 넘게 집권해 온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에 반대하는 의회의 군소 정당들이 힘을 합쳐 네타냐후 정권을 끌어내리고 새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간츠 장관은 네타냐후 내각에서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동시에 중도 성향 청백당 대표를 맡고 있기도 하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실각하더라도 청백당은 새 총리가 이끄는 연정에 참여하고 간츠 대표도 국방장관직을 계속 수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