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노쇠’ 이미지 부각시켜
재보선 참패 후에도 말로만 쇄신
오만·내로남불 행태 변하지 않아
국민의힘 당권 경쟁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은 논쟁적 인물이다. ‘36세 0선’이라고 하지만, 정치를 시작한 지 10년이 됐고 국회의원 선거에 3번이나 떨어졌으니 신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0선 중진’ ‘외관만 청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는 노골적 안티 페미니즘 발언과 젠더 갈라치기로 여러 번 논란을 야기했다. 제1 야당을 이끌 만한 리더십이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그런 그가 당 대표 예비경선에서 당심과 민심의 선택을 고루 받아 1위를 차지한 것은 ‘세대교체·정치교체’라는 시대적 요구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당원과 일반인 조사 비율이 5대 5인 예비경선과 달리 본 경선은 당원 비중이 70%로 높아지는 등 변수가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의 기세라면 원내 경험 없는 30대 당수(黨首) 탄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보수 진영의 세대교체를 넘어 한국 정치권 전체에 일대 파란을 몰고 올 수 있는 사건이다. 설령 그가 다른 후보들의 연대와 협공으로 당 대표가 되지 못한다고 해도, 이준석 바람은 이미 정치권에 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이목을 끌수록 두드러지게 비교되는 게 집권여당이다. 이 전 최고위원의 부상은 4·7 재보선 참패 이후에도 좀처럼 변화가 없는 더불어민주당을 더욱 낡고 무기력하게 보이게 한다. 국민의힘이 이준석 돌풍에 힘입어 ‘꼰대당’ 이미지를 빠른 속도로 지워가고 있는 반면 민주당의 ‘도로 친문당’ 색채는 갈수록 짙어진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가장 극명히 대비되는 대목은 한 달 전의 민주당 대표 경선이다. 4·7 재보선 참패 이후 치러지는 전당대회인 만큼 쇄신책을 논의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친문 당심 구애’에만 힘을 쏟았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4, 5선의 친문, 범친문 일색으로 당권 주자들이 구성됐다. 최고위원 후보도 대부분 친문이었다. 쇄신, 차별점, 흥행이 없는 ‘3무(無) 전당대회’라는 비판이 나오는 게 당연했다.
민주당은 4·7 참패 이후 부동산정책에 대한 근본적 전환에 나설 것처럼 부동산특위를 만들었다. 하지만 친문 강경파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정책 재검토는 용두사미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자투성이 인물들을 장관으로 지명해 야당 반대에도 임명을 강행했다. 이런 방식으로 33명째 장관급 인사가 임명장을 받았다. 민주당 한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개각에 대해 비판하는 정의당 의원을 향해 “야! 어디서 감히”라고 고함을 쳤다. 4·7 참패의 원인으로 지목된 오만과 독선이 체질화돼 있지 않으면 보일 수 없는 행태들이다.
내로남불식 태도와 그 뿌리인 편가르기 의식도 여전하다. 조국 전 법무장관은 ‘억울하다‘는 내용의 회고록을 냈고, 여권 대선주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그를 감쌌다. 조국 사태는 극심한 국론 분열을 초래했고, 4·7 재보선 참패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그런데도 송영길 대표의 2일 사과는 반쪽에 그쳤고, 물타기 의도도 농후했다. 자신들이 우격다짐으로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수사한다고 맹비난한 저변에도 ‘제 식구 감싸기’ 행태가 자리 잡고 있다.
민주당이 최근 공개한 심층면접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이미지는 ‘성추문, 내로남불, 무능한 40∼50대 남성’이다. 20대 청년들은 태극기 세력보다 강성 친문에 더 거부감을 나타냈다. 586 운동권세대에 대한 호감도는 민주당이 최우선 개혁대상으로 꼽는 검찰에 대한 호감도에도 미치지 못했다. 젊은이가 민주당을 지지하면 조롱받는 게 요즘 현실이라는 쓴소리도 들린다.
민주당은 이준석 돌풍을 ‘부러움 반, 두려움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이 당선돼 대선 후보 선출까지 일종의 컨벤션 효과를 누리면서 자신들에게 노쇠한 이미지가 씌워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송 대표는 얼마 전 의원총회에서 “지금 대선을 치른다면 민주당이 진다”고 토로할 정도로 여권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면서도 변화와 쇄신은 말로만 외치고 있다. 민주당은 이준석 돌풍에 이대로 휩쓸려 갈 것인가.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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