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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시민·정의로운 사회란

입력 : 2021-05-29 03:00:00 수정 : 2021-05-28 18: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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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가 30인의 정치적 사유 탐색
그레임 개러드, 제임스 버나드 머피/김세정 옮김/다산북스/1만7000원

처음 읽는 정치철학사/그레임 개러드, 제임스 버나드 머피/김세정 옮김/다산북스/1만7000원

 

스스로 정의로운지 아니면 위선적인지 알 수 없지만, 작금 많은 이들이 사회의 정의를 강력하게 요구한다. 문제는 정의로운 사회란 정의로운 시민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진실에서 비롯한다. 사회 정의가 먼저인지, 아니면 정의로운 시민이 먼저인지, 둘 간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늘 논쟁이 돼 왔다. 권력과 정의, 국가와 시민 간 이 모순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스의 철인 플라톤은 정의로운 도시국가가 받쳐주지 않으면 정의로운 시민이 있을 수 없지만, 역으로 정의로운 시민이 먼저 되지 않으면 정의로운 국가 역시 탄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현실에선 정의로운 공동체를 이룩할 수 없지만, 사람들을 정의롭게 대하다보면 정의로운 공동체에 사는 것처럼 할 수는 있다며 정치적 타락을 헤쳐갈 방법으로 개인의 윤리적 선을 제시한다.

냉혹한 현실주의자로 평가받는 마키아벨리는 정의롭지만 흔하디흔한 실패보다는 차라리 영예롭지 않지만 성공한 권력이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피할 수 없이 악과 또다른 악 사이에서 하나를 골라야 할 때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최악을 막아준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 옳고 심지어 의무라는 것이었다.

영국의 보수주의자 에드먼드 버크의 경우 프랑스혁명이 전 유럽을 휩쓸던 때 혁명의 기세로부터 영국을 보호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프랑스혁명의 한계를 분석하고 보수주의가 나아갈 길을 제시했다.

결국 크게 보면 플라톤과 아퀴나스, 로크, 칸트, 롤스, 누스바움 등 이상주의자들은 정치의 핵심을 정의라고 보면서 정의로운 정치를 주장한 반면 아우구스티누스나 마키아벨리, 홉스, 니체, 마오쩌둥 등 현실주의자들은 권력을 내세우며 권력의 정치를 주장한다.

책은 이처럼 사상가 30인의 정치적 사유 탐색을 통해 인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더 나은 ‘정치’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사상가들의 사유를 읽다보면 인류가 꿈꿔온 유토피아가 무엇이었는지 성찰하고 우리 스스로 현시대의 대안을 모색하는 생각의 근육이 길러질 지도. 지금의 정치 체계가 정치적 진화의 종착지가 아님을 인식하고 더 나은 정치가 무엇인지 꿈꿔볼 수 있을 지도.

 

김용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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