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병의 모든 것/E. 풀러 토리/정지인 옮김/심심/3만5000원
환각, 망상, 행동이상 등이 나타나는 조현병은 각종 사건사고와 얽히며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공격성과 충동성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현병은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2019년 진주 방화·살인사건과 창원 아파트 살인사건 등으로 뉴스에 오르내리며 강력 범죄와의 연관성이 대두하기도 했다.
조현병에 대한 낙인은 이처럼 소수의 조현병 환자가 저지른 폭력적 행위들이 크게 화제가 되며 굳어졌다. 이런 사건의 대부분은 이들이 치료를 받지 않아 벌어진다. 낙인은 그들의 치료를 지연시키고 증상이 악화한 이들은 결국 사회 바깥으로 밀려난다. 아일랜드에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정신증을 치료하지 않는 기간이 길수록 기능과 증상에서 유의미하게 더 나쁜 결과가 나온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조현병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조현병은 100명 중 1명꼴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정신질환이다. 이 비율로 따지면 국내에는 약 50만명의 조현병 환자가 있다고 예상되지만, 환자와 가족 대부분 사실을 밝히기 꺼리기 때문에 그 수를 정확히 집계하긴 어렵다.
평생을 조현병 연구에 바친 학자이자, 조현병 환자의 가족인 E 풀러 토리가 공감과 연민, 경험과 지식으로 쌓아 올린 책 ‘조현병의 모든 것’은 조현병이 치료와 약물을 필요로 하는 뇌의 질병이라는 주장을 간결하고 명료한 말로 펼쳐냈다. 이 책은 조현병의 원인, 진단과 증상, 치료와 경과, 예후에 관한 최신 연구를 총망라했다. 1983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한 뒤 7판을 거듭하며 누적 50만부가 팔린 이 책은 명실상부한 조현병 최고 지침서다.
조현병에 걸린 여동생을 둔 그는 이 책에서 입원 치료와 좋은 의사 찾는 법, 항정신병약물의 종류와 구체적인 치료 계획, 재활치료, 조현병의 10대 주요 문제, 환자와 가족이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와 생존 전략, 도움이 될 옹호 단체와 피해야 할 단체 등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에게 실질적인 정보와 방법을 제공한다.
또 이 책은 국내 조현병 환자의 권익을 지켜온 조현병 연구의 대가이자 세계적인 뇌 과학자 권준수 서울대 정신과학·뇌인지과학과 교수가 감수를 맡아 관련 법률, 의료보험제도, 입원치료, 정신건강 관련 기관 현황 등 국내 실정에 맞게 일부 내용을 추가했다.
조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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