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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폭 피해자는 눈물 흘리며 자퇴… 가해자는 버젓이 등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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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19 15:49:35 수정 : 2021-05-21 11: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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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신체적 정신적 괴롭힘… 성추행도
"쟤네 엄마 노래방에서 일한다" 없는 소문도
부모 신고 전까지 학교 측 피해사실 전혀 몰라
뒤늦게 진상조사 벌였지만 교육청 보고 안 해
"반 분리 요청에도 가해자 2명 같은 반 배정"
학교 측 "규정대로 처리, 법적으로 문제없어"

부산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에 걸쳐 학교폭력이 발생했으나, 해당 학교에서는 전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 학생 부모의 신고로 뒤늦게 진상 조사에 나선 학교 측은 학교폭력 발생 사실을 확인하고도 보고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관할 부산시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교는 학력인정 특수 학교라는 이유로, 학교폭력이 발생해도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법)’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따라 학교는 자체적으로 ‘선도위원회’를 열고 가해 학생에 대해 징계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가해 학생에 대한 징계는 출석정지 10일과 특별교육 3일이 전부였다. 가해 학생들은 현재 학교로부터 받은 징계가 종료돼 학교에 다니고 있으나, 피해 학생은 최근 학교를 그만두고 병원에서 정신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A군은 지난해 이 학교 1학년에 입학한 뒤, 6월부터 12월까지 동급생 5명으로부터 지속적인 신체적·정신적 괴롭힘과 성추행까지 당했다. 

 

가해 학생으로 지목된 동급생 5명은 지난해 9월 A군이 용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자 갑자기 화장실 문을 열고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면 화장실 문을 닫아주겠다”고 했다. 당시 A군은 가해 학생들이 자신의 벗은 몸과 신체 주요 부위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려고 하자 수치심에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또 학교 특성상 태권도와 유도 등 무도 관련 수업이 많은데, 가해 학생들은 (수업시간마다) 주먹으로 A군을 툭툭 치는가 하면 배와 등, 허리 등을 발로 걷어찼다. 복싱 연습을 한다면서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위협하고, 점심시간에는 유도실로 불러내 주먹으로 때리면서 싸우자고 시비를 걸었다.

가해 학생은 A군의 목을 조르거나, 청소 중인 A군에게 침을 뱉고 교복 바지 위에 커피를 뿌리기도 했다. 화장실이나 급식소 청소할 때마다 물을 뿌려 옷을 젖게 만들고, 휴대폰을 빼앗아 숨기거나 페이스북 메시지를 몰래 들여다보기도 했다.

 

또 여학생 앞에서 A군에게 수치심과 모욕을 주는 것도 모자라 “A군이 부모가 없어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거나 “엄마가 노래방에서 일한다”는 등 근거 없는 말들을 퍼뜨리고 부모 욕까지 했다.

 

심지어 노래방에 가기 위해 돈을 모은다는 핑계로 ‘가위바위보’ 게임을 해서 진 사람이 돈을 내기로 해놓고, A군이 이기면 ‘연습’이었다면서 다시 하자고 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힌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괴롭힘은 6개월이 넘도록 지속됐지만 학교는 물론, 부모도 몰랐다. 학폭이 처음 드러난 것은 올해 3월 초 A군이 2학년 신학기 개학을 앞두고 등교를 거부하면서부터다.

 

학교 내 집단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군의 아버지가 학교 측에 ‘학교폭력이 있었다’며 진상 조사와 가해 학생 징계를 요구하자, 학교는 그제야 조사에 나서 가해 학생의 집단 괴롭힘 등 학교폭력이 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학교 측은 학교 구성원으로 자체적인 ‘선도위원회’를 열고, 가해 학생 5명에게 ‘출석정지 10일’과 ‘특별교육 3일’이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해당 학교 선도위원회 징계는 △서면 사과 △교내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퇴학 등 5단계로 구성돼 있다.

부산시교육청. 부산교육청 제공

관할 부산시교육청은 이 같은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A군의 아버지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학교폭력 피해 글을 올리자 지난 13일 부랴부랴 해당 학교를 찾아 진상 조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학교는 일반 학교와 달리 평생교육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교육청에 학교폭력 문제를 보고할 의무는 없다”면서 “해당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선도위원회를 열고 가해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린 것은 타당한 조치”라고 말했다. 

 

A군의 아버지는 “학교 측에 가해 학생과 아들이 각각 다른 반에서 수업받을 수 있도록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는데도, 학교는 올해 신학기 가해 학생 5명 중 2명을 (아들과) 같은 반에 배정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해당 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매년 4차례에 걸쳐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며 “A군이 담임이나 학교에 학교폭력 관련 얘기를 일절 하지 않아 학교폭력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분리해 달라는 요구를 묵살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A군 아버지가 가해 학생 퇴학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안 됐다”며 “학교는 규정대로 처리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현재 A군의 부모가 가해 학생 5명 중 3명을 관할 경찰서에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해당 경찰서 관계자는 “가해 학생들이 일부 학교폭력 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며 “피해 학생과 진술이 엇갈린 부분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오성택 기자 fivest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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