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내용 돌려… 아들 어디 가출한 것처럼 유도
단 한마디 사과도, 사죄도 안 하고 조문도 안 해
자기들이 무언가 지킬 게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숨진 고(故) 손정민(22)씨의 부친 손현(50)씨가 “아이 잃은 아빠는 더이상 잃을 게 없고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게 해주겠다”라고 말했다.
3일 뉴스1과 진행된 인터뷰에서 손씨는 “아들한테 맹세했다”며 “잃을 게 없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은 승부가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친구 A씨 말에 따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정민이가 일어나서 달리다가 신음 소리를 내면서 넘어졌고 일으켜 세우느라 힘들어 바지와 옷이 신발이 더러워졌다고 하더라”라며 “저는 아들의 행적을 추적하려는데 (친구 A씨가) 자기 바지와 신발이 더러워졌던 것을 되게 강조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 애가 술 먹고 갑자기 일어나 달리는 애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라며 “전체적인 맥락에서 우리는 정민이를 찾고 있는데 자기 옷이 더러워졌다는 걸 강조하는 게 좀 이상하더라”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을 확인한 손씨는 그 주변이 진흙이 없고 잔디밭, 모래, 풀, 물 등뿐이라 얼마나 더러워졌는지 확인해 보려고 A씨 부친에게 ‘신발을 볼 수있느냐’ 물어보았더니 0.5초만에 ‘버렸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또 하나 이상한 점은 정민이를 찾고 있는데 A씨가 자꾸 대화 내용을 돌렸다는 점이다”며 “(A씨가) ‘정민이가 최근에 힘들어했다.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친구들도 좀 친한 애들이 멀어지는 것 같고 힘들어했다’(고 말하며) 마치 정민이가 어디 가출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유도하는 걸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만약 3시 30분에 우리한테 연락이 와서 우리가 애를 찾았으면 안 죽었다”며 “그 사람들이 기회를 놓쳐서 우리 아들을 죽이고 부검하게 만들고 우리가 이렇게 됐는데 거기에 대해서 단 한마디의 사과도 안 하고 사죄도 안 하고 조문도 안 하고 그 이후 아무것도 안 했다”고 분노했다. 이어 “그건 사람으로서의 할 도리가 아니고 자기들이 무언가를 지킬 게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손씨는 “1시반 편의점 영상을 보면 (정민씨가) 별로 안 취해 있었다”며 “그들의 증언에 의하면 3시 반에 깼는데 그런 애가 4시 반에 우리 아들 핸드폰을 가져갔고 실수로 가져갔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씨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도 좀 멍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많은 시민이 응원해주셔서 버티고 있지 않나 싶다”라고 전했다. 4일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손씨는 “마음을 참 어떻게 말로 할 수가 없는데 정민이만 생각하면 저는 아무것도 진행할 수 없지만 정민이 마지막 입관한 이후로는 모든 생각을 다잡을 수 있어서 좀 좋아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늘 말씀드리지만 제가 알고 싶은 건 하나밖에 없다”며 “어떻게 정민이가 새벽 3시 반과 4시 반 사이에 한강에 들어갔는지, 그것만 밝혀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는 모르고 전문가인 경찰분이 아실 테니, 알아서 해주시고 결과만 주시면 되는데, 그 과정이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가능한 한 불편하게 안 해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故) 손정민씨는 지난달 24일 오후 10시 30분쯤 집을 나서 친구인 A씨와 반포한강공원 잔디밭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술을 먹다가 실종됐고 실종 엿새만인 30일 반포한강공원 한강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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