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대표하는 식(食)문화 속 소중한 문화 자산이 된, 숙성과 발효의 미학이 담긴 전통주인 막걸리를 만드는 ‘막걸리 빚기’가 문화재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문화재청이 ‘막걸리 빚기 문화’를 신규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재란 유형문화재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인류의 정신적인 창조와 음악·무용·연극·공예기술 및 놀이 등 물질적으로 정지시켜 보존할 수 없는 문화재 전반을 말한다. △전통 공연·예술 △전통기술 △전통지식 △구전 전통 및 표현 △전통 생활관습 △의례·의식 △전통 놀이·무예까지 7가지 분류로 나뉜다. 막걸리 빚기 문화는 전통 생활관습에 해당한다.
1964년 첫 번째로 지정된 조선 왕조의 조상들에게 바치는 유교 의례에 쓰였던 음악인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에 이어 지난해 12월 지정된 인삼 재배와 약용 문화까지 이달 기준 143개의 문화재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새롭게 지정 예고의 대상이 된 막걸리 빚기 문화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면 한국에서 144번째 무형문화재가 된다.
이번 지정 예고 대상은 막걸리를 빚는 작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생업과 의례, 경조사 활동 등에서 나누는 전통 생활관습까지 포괄돼있다.
전통주 업계에 대해 그동안 ‘술 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번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예고를 계기로 ‘문화’ 숨결이 더해지는 도약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막걸리가 국가무형문화재에 포함된다면 한식(飮), 전통주(酒), 국악(歌), 한국무용(舞)까지 한국의 음·주·가·무 문화가 모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다. 그 결과, 이들은 모두 같은 전통문화의 정수(正秀)라는 인식 속에서 서로 협업하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성악 장르인 판소리와 전통주의 스토리를 결합한 콘텐츠 등 무형문화재를 활용한 신개념 융복합 전통문화 콘텐츠도 만들어질 수 있다.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도 와인을 주제로 한 오페라와 연극 등이 상연된 바 있다. ‘L’Opera du Vin’. 번역하면 ‘와인의 오페라’라는 작품으로 2009년 Aveyron 페스티벌 초연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공연됐다. ‘인간의 역사 속에서 사랑, 전쟁, 쾌락, 광기 등 수없이 많은 사건에는 항상 와인이 있었다’라는 주제로, 와인 판매상들이 역사 속에서 와인이 함께 한 순간을 이야기하는 내용이다. 이들은 시, 멜로디, 오페라 아리아, 전통 노래 그리고 우화 등 다양한 장르 작품을 창작한 프랑스 예술가들이 오랫동안 와인을 마시며 영감을 얻어왔다고 주장한다. ‘보졸레 한 잔의 향기에 빛이 있지 않나요?’ 등의 대사를 통해 와인 잔에 담긴 창조 정신과 포도에 담긴 땅에 대한 애착이 와인을 탄생시켰다고 찬양한다.
이처럼 한국에서도 전통주를 소재로 한 공연을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전수되고 있는 판소리 5바탕(수궁가·춘향가·심청가·적벽가·흥보가)을 응용해 고려 시대 후기 이규보가 지은 ‘동국이상국집’의 ‘국선생전’을 노래(창), 말(아니리), 몸짓(발림)을 섞어 판소리에 전통주의 스토리를 녹여낸 ‘국선생가’로 공연 예술화할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책으로만 전해지던 한국 전통 문학작품이 한국을 대표하는 소리꾼들에 의해 재해석될 수 있다. 전통주 또한 마찬가지로, 그 결과 주연(酒宴·술을 마시며 즐겁게 노는 간단한 잔치)에서 주연(主演·연극이나 영화에서 주인공 역을 맡아 연기하는 일이나 사람)으로 여겨지면서 전통주의 가치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예술 디렉터 조인선
●전통예술 디렉터 조인선
한국예술종합학교 아쟁 전공. 국내 최초 전통예술플랫폼 (주)모던한(Modern 韓)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편집위원과 한국관광공사 코리아 유니크베뉴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케이콘 2016 프랑스 전시 기획, 한국-인도 수교 50주년 기념 공연 기획 등 다양한 한국 전통예술 우수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글로벌 시장에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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