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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초래한 생태위기… 자연과의 관계 재정립 모색

입력 : 2021-04-24 03:00:00 수정 : 2021-04-23 2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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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환경파괴 등 활동으로
지구환경 변화 일으킨 지질시대
석학들 열띤 논쟁 주요 이슈 부상
녹색시대 전환 대안적 세계관 강조
최근 학계에서는 대기 오염과 환경 파괴 등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간주되는 지질시대라는 의미로 인류세 개념이 큰 주목을 끌고 있다. 사진은 대기악화로 오존 구멍이 점점 커지고 있는 남극의 위성사진(왼쪽)과 대기오염에 휩싸인 중국 상하이의 전경. 세계일보 자료사진

인류세/얼 C 엘리스/김용진·박범순 옮김/교유서가/1만4800원

 

인류세와 코로나 팬데믹/최병두/한울엠플러스/2만9500원

 

“우리는 인류세(人類世, Anthropocene)에 살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Paul Crutzen)은 2000년 한 학술회의장에서 현시대를 지질학적으로 인류세로 불러야 한다며 이같이 제안했다. 크뤼천은 빙하기가 끝난 이후, 그러니까 현생누대의 신생대 제4기 홀로세가 시작된 이후 인간은 지구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크뤼천이 제안한 이후 지질학 용어였던 인류세는 세계 각지에서 학술 논쟁의 주요한 발화점이 됐고 수많은 학자와 지식인들이 관련 토론과 논쟁에 뛰어들면서 가장 뜨거운 개념 가운데 하나이자 세계관, 대안 사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지리 및 환경시스템학 교수이자 인류세실무단의 위원으로 참여 중인 생태학자 얼 C 엘리스의 책 ‘인류세’는 바로 학계의 주요 화두로 급부상한 인류세의 주요 개념과 역사, 주요 이슈와 논쟁점, 전망 등을 정리한 입문서이다.

얼 C 엘리스/김용진·박범순 옮김/교유서가/1만4800원

인류세는 개념적으로 인간 활동으로 자연이 파괴되는 등 인류가 지구 환경체계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 지질시대를 뜻한다. 2014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엔 “인간의 활동이 기후와 환경에 지배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간주되는 시대”로 등재됐다. “인간이 자연의 거대한 힘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강조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류세는 아직 지질시대에 정식으로 포함되지 못했다. 이유는 인류세의 흔적이 우리 행성을 형성하는 지질학적 과정에 의해 암석 등의 물리적인 흔적으로 남아야 하는데 아직 명백하다는 판단이나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류세의 기점을 어디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윌리엄 러디먼 등은 빙하의 코어에 이산화탄소나 메탄이 최소치로 표지돼 있다며 기원전 1만1000년에서 기원전 6000년까지 집약적 농업이 이뤄지고 쌀 생산이 이뤄지던 시기를, 사이먼 루이스 등은 글로벌 체계가 형성된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시기를, 크뤼천 등은 석탄연소에서 나오는 탄소 등의 배출이 급격히 늘면서 대기 기후가 급격히 변화한 1760년대 이후 산업혁명 시기를 각각 꼽았다. 윌 스테판 등은 인간 활동과 환경변화의 속도가 20세기 중반 극적으로 증가해 ‘거대한 가속’이 이뤄졌다며 핵실험이 시작되면서 방사성 핵종(낙진)이 대량으로 지각에 새겨진 1945년 이후 시기를 꼽는다.

인류세라는 개념에 비판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너무 인간 중심적인 개념으로 오만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부터 인류 전체를 뭉뚱그려서 가장 중요한 불평등이나 모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까지 다양하다. 일각에선 진짜 범인은 자본이라며 ‘자본세’를 제안하기도 하고 아예 탈중심주의로 나아가자며 ‘툴루세’ 개념을 제안하기도 한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인류세를 인정하든 하지 않든, 인류세적 현상이 도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세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됐을 뿐이다. “우리 앞에는 더 나은 인류세와 더 나쁜 인류세의 가능성이 모두 존재한다. 인류세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우리에게는 앞으로 수백만 년 동안 비인간 자연과 인간이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 시간이 남아 있다. 지구의 역사가 영구적으로 기록되는 암석 안에 우리들 각각이 더 나은 미래를 쓸 기회가 아직 있는 것이다.”

최병두/한울엠플러스/2만9500원

‘인류세와 코로나 팬데믹’은 대구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인 저자가 그간 언론에 발표한 여러 편의 칼럼과 인류세 관련 학술적 성과를 추려 정리한 책이다. 인류세의 개념과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연계해 지구적 차원의 생태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인류세를 만들어 가자는 게 골자다. 저자는 인류세를 지구적 생태 위기에 처한 인류가 이미 진입한 지질시대라기보다는 앞으로 이 지구상에 만들어내야 할 새로운 생태 문명의 대안적 세계를 상징하는 수사(修辭)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류가 과거의 잘못을 깨닫고 녹색 전환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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