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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전 중심에 들어온 환경·기후변화… 韓 ‘중견국 리더십’ 확보 잰걸음

입력 : 2021-04-20 06:00:00 수정 : 2021-04-19 22: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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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환경… 협력·갈등 교차
韓, 中·日 등과 환경 문제로 지속적 갈등
외교 현안과 분리대응 어려워 ‘골머리’
각국마다 베테랑 외교관 임명 해결나서

美·中 환경엔 손잡을 수 있을까
G2 “기후위기 협력” 공동성명 냈지만
바이든 행정부, 中 압박 강화 가능성 커
中 “성장억제 전략” 반발… 회의론 여전

영향력 확대 나선 강대국들
美 파리협약 복귀, 中선 탄소중립 선언
英 11월에 ‘COP26’… 옛 명성 탈환 노려
한국선 ‘중견국 리더십’ 확보 잰걸음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미국 주최로 열리는 화상 세계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19일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뒤 처음으로 개최하는 다자 정상회의다. 미국이 기후변화 분야에서 리더십을 다시 발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한다. 안보·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대립 중인 미·중이 기후변화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보여줄지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더욱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후 목표 증진을 주제로 개최하는 첫 번째 정상 세션에 참석해 한국 정부의 기후 행동 강화 의지를 설명한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그간 강조해 온 ‘탄소중립 2050’ 등을 소개하고 국제 사회에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의지를 재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상회의에는 한국을 포함해 주요경제국포럼(MEF) 17개 회원국과 아시아·태평양, 중동, 유럽, 미주 등 각 지역의 주요국 정상이 다수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은 물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초청했다.

 

올해는 기후변화에 관한 파리협정 이행이 시작되는 해로, 굵직한 기후변화, 환경 관련 정상회의가 연이어 계획돼 있다. 한국은 다음달 30일부터 열리는 2021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서울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논의의 바통을 이어받는다. 하반기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가 예정돼 있다.

 

환경 사안이 외교무대의 주변에서 점점 중심부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 인류의 실질적 위기가 되고 그 영향이 국경을 넘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 특사는 전날 기후정상회의를 앞두고 진행한 아시아순방의 마지막 행선지인 한국에서 미·중 기후위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케리 특사는 이번 기후정상회의부터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COP26회의까지를 ‘글래스고로 가는 길’이라고 표현하고 탄소 감축 목표 상승 등을 예고했다.

 

한국이 주최하는 P4G 정상회의는 그 길의 중간 지점이다. 문 대통령은 기후정상회의에서 P4G 서울 정상회의 참석을 독려하는 등 본격적인 ‘세일즈 외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국가기후환경회의, 2년의 성과와 과제’ 콘퍼런스에 참석해 탄소 중립 실현을 강조하고 있다(왼쪽 사진). 국무장관을 지낸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지난 18일 방한해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 위기와 기후변화 분야 과제를 설명하고 있다. 뉴스1·AP연합뉴스

◆협력의 소재인 동시에 갈등의 씨앗

 

환경과 관련돼 주목받는 다자정상회의가 1년에 3개나 열릴 정도로 기후변화와 환경분야는 외교무대에서 협력의 동력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이는 그만큼 갈등의 여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환경이 외교의 중심으로 들어오게 된 배경엔 이를 주제로 한 새로운 갈등이 많다는 뜻이 숨겨져 있다는 의미로 접근해볼 수도 있다.

 

일례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는 환경분야에서 동아시아 지역에 터진 대형 외교 난제다. 우리 정부는 ‘과학과 국민 안전의 문제’라고 못 박았지만, 양국의 외교 현안과 분리해 대응하는 게 쉽지 않다. 케리 특사는 아시아 순방 중 오염수 방류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일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매우 긴밀히 협력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확신한다”고만 밝혔다.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두 동맹국 한·일 사이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또 다른 인접국인 중국과의 관계에선 미세먼지 문제로 민감하다. 내부적으로는 미세먼지의 원인에 대해 중국의 책임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중국 정부와의 저감 협력을 의식한 듯 외부적으로는 이런 의견을 자제한다.

 

환경이 ‘총성 없는 전쟁’인 외교의 중심에 들어오면서 각국 정부의 환경외교 컨트롤타워 혹은 고문역에는 베테랑 외교관 출신이 임명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임명된 것, 미 국무장관을 지낸 케리 특사가 대표적 예다.

◆미·중, 환경에선 협력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분야의 태생적 특성 때문인지 각국 정부는 이 분야에서는 적어도 외부적으로 협력을 더 앞세운다. 안보, 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는 미·중 갈등이 기후변화분야에서만큼은 다소 완충지대를 찾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최근 나온 것은 이런 맥락이다.

 

케리 특사는 지난 14∼17일 중국 상하이에 머물며 시젠화 중국 기후특사와 만나고,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과 중국은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서로,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역시 공동성명을 자체적으로 발표하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이 주최하는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엔 미·중이 올해 G20(주요 20개국) 실무그룹 기후변화 리스크 이니셔티브의 공동의장국을 맡았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미·중이 환경분야에서도 원만하게 협력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19일 통화에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에서는 환경분야에서 중국을 압박하면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심화될 것이라는 의견에 따라 강한 압박을 하지 못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그런 전략이 실패했다는 판단 아래 압박의 고삐를 더 죄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역시 기후분야와 관련한 미국의 요구가 중국의 경제성장을 억제하려는 큰 전략 아래 이뤄진다고 여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환경 리더십 확보 나선 국가들

 

환경 위기를 둘러싸고 국가 간 갈등과 협력이 복잡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국가들은 저마다 주도권을 잡으려고 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한 미국, 초반부터 시장의 환경 표준을 주도해온 유럽 국가들이 대표적이다. 한 예로 유럽연합(EU)은 2019년부터 탄소비용을 고려해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세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이 파리협약을 탈퇴했던 틈을 타 협정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11월 COP26 회의를 개최하는 영국은 기후분야에서의 리더십을 성공적으로 발휘해 브렉시트 이후 영국의 귀환을 과시하려 한다.

 

환경분야에서도 전통적 강대국들이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환경은 상대적으로 중견국에도 리더십의 기회가 열린 분야이기도 하다. 한국도 국제무대에서 환경분야를 중견국 리더십의 기회로 여기고 있으며, 코로나19 사태로 1년이 연기된 뒤 다음달 30일 화상으로 열리는 P4G 회의 개최를 그 기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환경분야에서 한국이 실질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사무국에 제출한 탄소 계획의 이행 성적을 꾸준히 증명하고, 이행 목표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 연설에서 2050년까지 실질적인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2050 탄소중립’을 향후 목표로 제시했고, 정부는 이를 위해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마련했다. 또 한국은 지난해 12월 예상배출치전망 방식에서 절대수치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꿔 5억3600만t 감축 목표를 내걸었다. 이에 국내외 일각에선 바뀐 방식이 사실상 감축량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태다.

 

한국이 지난해 12월 감축 목표를 제시하기 전까지 환경 선진국 측에선 암묵적인 감축 목표 늘리기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1월 COP26 전까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17일 방한 중인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를 서울 한남동에 있는 장관 공관에 초청해 만찬을 하기 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개도국 환경문제 지원해주며 상호 이익 모색 

 

다음달 30∼31일 개최되는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는 한국에서 개최되는 첫 환경분야 다자정상회의다. 1차 P4G 회의를 개최한 덴마크에 이어 2차 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P4G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19일 “한국은 환경분야에서 개도국 발전을 지원하는 중견국 리더십을 발휘하기에 적합한 나라”라고 강조했다.

 

덴마크가 중견국이면서 환경 선진국이듯이, 한국 역시 환경분야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연결하는 중견국 리더십을 추구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구체제인 교토의정서 체제에선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됐다가 이 같은 구분이 없어진 현 파리기후협약 체제에선 적극적으로 감축을 공약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가 실질적으로 탄소 배출 감축을 논의하는 장이라면, P4G는 대륙별 거점 중견국들이 나서 환경분야에서 개도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현을 지원하고 이를 통해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방안이 모색된다. 특히 정부와 국제기구,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한다는 점이 다른 정상회의와 다르다.

 

참여 주체들은 회의에서 여러 ‘P4G 파트너십’ 사업들을 만들게 되는데 식량과 농업, 물,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 다섯 가지 영역 중에서 발굴한다.

 

주로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통해 개도국의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이 과정에서 기업도 이익을 얻는 형태를 띠고 있다. 예를 들면 A국의 만성 누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기업의 자본, C국제기구의 전문지식이 투입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B기업도 수익을 얻는 것이다.

 

2011년 이명박정부 시절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가 코펜하겐에서 녹색성장협약을 체결했고, 양국 간 환경분야 협력이 진행돼 오던 중 2018년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1차 정상회의에서 라스무센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2차 정상회의는 한국에서 개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당초 지난해 6월 열릴 예정이던 2차 정상회의는 코로나19를 거치며 1년 연기됐고, 5월 화상으로 개최하는 것이 최종 확정됐다.

 

홍주형·이도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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