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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소각장 NO, GTX역 YES… 지자체 ‘해법’ 골치 [지역갈등 부추기는 님비·핌피]

입력 : 2021-04-18 14:00:00 수정 : 2021-04-18 14: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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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지 팽창 인한 도시 연담화 현상
기피시설 건립 맞물려 복잡한 양상
‘지역 이기주의’로만 보기 어려워져

이천·여주 화장장 건립 평행선 대치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등 타협 요원
전문가 “사회적 합의기구 도입 필요”

“일방적 결정은 상대방에 대한 무시라고 생각합니다. 대화가 먼저 아닌가요?”(경기 여주시민)

 

지역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시립화장장’ 건립을 놓고 이웃한 경기 이천시와 여주시는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가 중재에 나섰지만, 10개월 넘게 공방이 이어지면서 엉킨 실타래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논란은 지난해 5월 이천시가 시립 화장시설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건립 예정지인 이천시 부발읍 수정리와 맞닿은 여주시 매화리 주민은 물론 여주시의회 등이 나서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이천시는 민간 추진위원회를 꾸려 정당하게 선정된 만큼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는 지난달 여주시에 갈등조정관을 보내고, 두 기초자치단체 간 갈등조정회의까지 열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주민들은 “이천시가 ‘입지 변경이 불가능하다’며 용역 발주 등을 강행했다”며 “화장장 철회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쓰레기소각장이나 화장장 등 기피시설을 두고 우리 지역은 안 된다’는 님비(NIMBY) 현상과 ‘유익한 일이어서 우리 지역에 유치해야 한다’는 핌피(PIMFY) 현상의 대척점에서 발생한 것이다.

 

실제 이천시의 경우에도 이웃 경기 광주시 수양리 일원에 들어설 하루 430t 규모의 쓰레기소각장 건립 계획을 두고 주민 반대 여론이 거센 상황이다. 주민들은 소각장이 들어설 경우 1급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쓰레기소각장이나 화장장 등 주민 기피시설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진은 2025년 종료 예정인 인천 서구 오류동 수도권매립지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 기피시설 놓고 갈등 거세… “먼저 이해 구해야”

1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님비·핌피 현상은 지역 개발사업, 기피시설 건립과 맞물려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일각에선 지자체 간 인접 지역에서 일방적 계획이 추진되면서 이웃 주민의 불만이 불거진 만큼 이를 ‘지역 이기주의’로 몰아가는 건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 팽창으로 주변 중소도시의 시가지가 달라붙어 거대도시가 형성되는 도시 연담화(連擔化)가 현실화하면서 해법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사업을 둘러싼 지역 간 찬반 여론은 “내 집 아래 선로는 안 된다”, “내 집 앞으로 와달라”며 님비·핌비 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GTX가 3기 신도시 교통대책과 맞물려 추진되면서, GTX 노선이 주택단지 지하로 통과하는 서울 도심 지역 주민의 반발은 거세졌지만 노선을 연장하거나 정차역을 유치하기 위한 수도권 지자체 간 경쟁은 오히려 달아올랐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요 거점을 30분대로 묶는 GTX 3개 노선 사업이 궤도에 올랐지만, 2023년 개통을 앞둔 GTX A노선의 경우 서울 강남구 청담동 주민들이 주택가 지하로 노선이 통과하는 것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노선 결정 과정의 절차상 문제가 제기됐고, 강남구청이 시행사에 굴착허가를 내주지 않으며 맞섰지만 A노선 시행사가 행정소송에서 승소하며 결국 착공됐다.

GTX B·C노선의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 여의도의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지역을 관통하는 B노선에 반대하며 서명운동과 더불어 구청과 국토부 등에 대한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주민들도 C노선의 단지 아래 통과에 반발하면서 노선 변경을 요구 중이다.

반면 일부 지자체들은 GTX 3개 노선의 추가 정차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와 경기 안양·의왕·구리시 등은 노선별 정거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예정 단계인 GTX-D 노선의 경우 아예 경기도가 나서 국토부에 제안한 사례다. D노선은 김포에서 부천을 거쳐 하남까지 이어지는데, 수도권 교통난 완화와 함께 집값 상승 기대를 몰고 왔다.

◆GTX·군공항 등 놓고 전국에서 님비·핌피

경기 남부권에선 수원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수원·화성시 간 이전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논란의 발단은 1954년 수원시 권선구 장지동 일대에 들어선 10전투비행단이다. 설립 당시 공항 주변이 논밭으로 이뤄져 반발이 크지 않았지만 1990년대 수원지역에 택지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비행기 소음과 노후 시설로 인한 안전문제, 고도 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 등은 수원시를 괴롭히고 있다.

이에 수원시는 2014년 3월 국방부에 군공항 이전 건의서를 제출했고, 타당성 승인과 예비이전 후보지 선정(화성시 화옹지구)이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반면 화성시는 합의되지 않은 일방적 발표라며 반발했다. 화성시민의 77.4%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내놨다. 군공항 이전은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화성시는 이전 후보지인 화옹지구의 생태적 가치를 강조하며 지구 내 화성습지를 람사르습지에 등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수도권 쓰레기매립지를 찾는 절차도 원점으로 돌아왔다.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3개월 동안 수도권 대체 매립지를 공모했지만 단 한 개의 기초지자체도 응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와 경기 고양시 간 신경전 이면에는 고양시가 40여년간 맞닿은 서울시의 기피시설들을 ‘조건 없이’ 수용해왔다는 피해의식이 자리한다. 서울시립승화원 등 서울시 장례시설 3곳이 고양시에 있고, 경계지역인 현천동에는 서울시 하수·분뇨 처리시설인 난지물재생센터가 들어서 있다.

이처럼 혐오시설 등을 둘러싼 지자체 간 갈등의 해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원특별법을 만들고, 주민투표를 거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정된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을 좋은 선례로 꼽는다. 2005년 유치 결정은 우리 사회의 갈등 조정에 일부 답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천 시립화장시설 건립반대 집회. 여주시의회 제공

아울러 화성·안산·광명·시흥·안양·부천시의 경기도 6개 기초지자체가 합의해 1714억원을 들여 만든 화성시 함백산 추모공원도 기초지자체 수준의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방류수 수질 문제를 놓고 불거진 안성시와 용인시의 갈등을 경기도가 나서 중재한 것도 마찬가지다.

박철곤 한양대 갈등문제연구소장은 “공동의 이해 절충과 이런 인식의 확산이 필요하다”며 “공동체와 개인, 타인과 자신의 이익을 절충하고 극대화하는 사회적 합의기구나 대안적 조정제도(ADR) 같은 조정 시스템 도입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전국종합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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