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치있는 소감 시상식 사로잡아
韓배우 최초… 오스카에 한발 더
외국어영화상·감독상 등은 불발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거머쥐면서 미국 아카데미상 수상에 대한 기대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는 11일(현지시간) 런던 로열앨버트홀에서 개최된 ‘2021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을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발표했다.
한국인 배우로선 첫 수상이다. 앞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외국어영화상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외국어영화상과 오리지널 각본상을 받은 바 있으나 배우 부문은 처음이다.
윤여정은 화상으로 전한 수상소감에서 영어로, “한국 배우 윤여정입니다”라고 입을 뗀 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후보로 지명돼서 영광이다”라고 했다가 “아니, 이젠 수상자죠”라고 고쳐 말했다. 그는 “모든 상이 의미가 있지만 이번엔 특히 ‘고상한 체한다’고 알려진 영국인들이 좋은 배우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특별하므로 영광”이라고 농담을 던져 웃음과 박수를 끌어냈다. 최근 작고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에 대한 애도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영국 아카데미상은 사실상 세계 영화시장을 미국과 공유하는 만큼 영국과 미국 영화 구분 없이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에 따라 영국 아카데미 수상 결과로 미국 아카데미상 결과를 전망해 보기도 한다.
‘미나리’는 올해 영국 아카데미상에 외국어영화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음악상, 캐스팅상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지만 아쉽게 1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올해 작품상은 영화 ‘노매드랜드’가 받았고, 감독상은 이 영화를 연출한 중국 출신의 여성 감독 클로에게 돌아갔다. 80대 명배우 앤서니 홉킨스는 ‘더 파더’로 20여년 만에 다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은 협회상(fellowship)을 받았다. 올해 시상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탓에 수상자들이 화상으로만 출연했다.
윤여정은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 감독의 영화 ‘미나리’에서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할머니 ‘순자’역을 맡아 전형적인 틀을 깬 할머니 연기로 호평받았다.
‘미나리’는 지난해 미국 최대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어 미국 내 크고작은 영화제 시상식에서 100개가 넘는 상을 휩쓸며 돌풍을 일으켰고, 윤여정은 20여개의 연기상을 차지했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현지시간으로는 오는 25일, 한국시간으론 26일 오전에 열린다. ‘미나리’는 윤여정이 후보에 든 여우조연상 외에도 올해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19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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