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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방송가 흔드는 ‘학폭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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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4-08 23:31:45 수정 : 2021-04-08 23: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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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발 ‘학교폭력’ 논란이 여전히 방송가를 뒤흔들고 있다. 각 매니지먼트사와 배우·가수들은 폭로가 나오면 반성 후 자숙하거나, 부인 후 법적 소송 등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KBS2 드라마 ‘달이 뜨는 강(달뜨강)’이 받은 치명상을 목격한 이후라 더하다.

달뜨강 제작사는 지난 2일 학폭 논란으로 주연 자리에서 하차한 배우 지수의 소속사에 대해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제작비가 200억원이 넘는 대작인 데다가 재촬영이 진행되면서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 손해가 크다는 것이 제작사의 주장이다.

정진수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드라마 제작의 경우 주연 배우의 논란이 주는 나비효과가 크다. 드라마 출연 계약이 기본적으로 배우가 소속된 매니지먼트와 제작사, 그리고 배우가 관여하는 3자계약이기 때문이다. 최근 사전제작·반사전제작이 늘어나고 드라마 방영권 해외 판매가 많아진 것도 나비효과에 한몫한다. 남은 방송분에 대한 배우 교체뿐 아니라, 이전 방송분까지 재촬영을 해야 한다. 해외 시청자 입장에서 몇회가 지난 후 갑자기 다르게 생긴 배우가 등장해 “지금부터 내가 주인공”이라고 하는 억지를 받아들일 리 없기 때문이다. 논란 당시 달뜨강은 20회 중 18회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7회부터 지수 대신 나인우를 대타로 투입해 다시 촬영해 방송했다. 안정을 찾은 이후에 다시 1∼6회차를 재촬영했다. 수많은 스태프와 단역 등 출연진이 이유 없이 피해를 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실 그동안 논란 배우의 드라마 하차는 대부분 ‘현행범’이었다. 촬영 혹은 방송 기간에 음주운전 등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였다. 형사사건이다 보니 손해배상 청구에 관해서도 수월한 편이고, 대체배우 조항도 계약서에 다 반영돼 있는, ‘대비가 가능한 사건’이라는 게 제작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학폭 논란으로 이제 제작사들은 ‘과거의 문제’도 계약서 조항에 명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과거의 일’, ‘청소년 시절의 실수’라는 이유를 대며 다소 온정적인 대처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드러난 최근의 학폭이 ‘어릴 때 짓궂은 장난’으로 치부하기에는 잔인해졌고, 정의 구현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이 어느 때보다 더 강해진 탓이기도 하다. 제작사가 나서지 않아도 시청자들이 이런 논란을 잠시 스치고 지나가도록 두지 않는다. 요즘 시청자들은 국민청원과 광고주 불매운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정의 실현’에 나서고 있다. 이미 시효가 지나서 법적 처벌은 불가능하더라도, ‘사회적 응징’은 꼭 하겠다는 단호함이다.

방송계에서는 처벌이 두려워서라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처럼, 조금이라도 연예인을 꿈꾸는 청소년이라면 최소한 학폭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일에 발을 담그지 않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나 아이들의 장래희망 1∼3위를 배우, 아이돌 가수, 크리에이터 등이 휩쓰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그 효과가 더욱 클 것이라는 기대다.

아이들에겐 협박과 엄포 같아서 폭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어쨌든 이번 학폭 논란이 정화의 계기를 제공한 데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정진수 문화체육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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