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25)의 신상이 공개됐다. 통상 신상공개가 결정된 피의자는 검찰로 송치되는 시점에 언론의 포토라인에 서는데, 김태현도 이 자리에서 얼굴을 공개할지 주목된다.
6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김태현의 얼굴을 포토라인에서 공개하는 것을 두고 논의 중이다. 전날 서울경찰청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김태현의 이름과 사진 등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다만 이때 공개된 김태현의 모습은 과거 증명사진으로 현재 모습을 촬영한 것이 아니다.
경찰이 추가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포토라인에서 김태현이 마스크를 내릴지 여부다. 통상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언론에 얼굴을 공개하지만, 경찰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마스크를 내릴지 여부를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신상공개가 결정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의 경우 지난해 3월25일 검찰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마스크를 벗고 언론에 얼굴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때는 국내 코로나19가 대구를 중심으로 확산했고,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된 시기도 아니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연일 5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방역당국은 지난 4일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잘 지켜달라’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문까지 발표했다. 경찰도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에서 김태현의 마스크를 벗게 하는 것이 적절한가를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르면 8일 김태현을 검찰로 송치한다는 방침이다. 논의 결과에 따라 김태현의 현재 모습이 이번 주 중 언론에 공개될 수 있다.

김태현 사건은 범행의 잔혹성이 알려지면서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김태현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고, 20만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과 관련해 “가해자에게 마땅한 처벌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원 기간(1개월)이 종료되지는 않았지만, 경찰이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청와대가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태현은 지난달 23일 노원구 아파트에서 택배 기사로 위장해 A씨의 집에 들어간 뒤 집에 있던 A씨의 여동생을 먼저 죽이고, 이어 귀가한 A씨의 어머니와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태현은 경찰 조사에서 “자해 시도 후 갈증이 심해져 집 냉장고의 음식과 술 등을 꺼내 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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