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에버 기븐호 엔진 가동 시작”
선박 위치 정상 항로로 완전히 복원
운하 정상화엔 며칠 더 걸릴 듯
전 세계 교역물량 약 12%나 차지
컨테이너·LNG선 등 369척 발묶여
무역성장률 최대 0.4%P 하락 전망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최단 항로인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좌초해 운하를 가로막은 대형 선박이 29일(현지시간) 좌초 6일 만에 원래의 정상 항로를 회복해 운항을 시작했다. 이집트 대통령은 “사고 수습에 성공했다”고 선언했으나 수에즈운하 운영의 완전 정상화까진 며칠 더 걸릴 전망이다. 운하가 폐쇄된 일주일 동안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운데 그간의 세계무역 감소분이 11조원을 넘는다는 추산도 나왔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파나마 선적의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를 부양하는 작업이 성공했다. 예인선 10척과 모래를 빼내기 위한 준설기 등이 대거 동원된 결과다. 수중 부양에 성공한 에버 기븐호는 밀물 때를 맞춰 목적지로 운항을 시작했다. 중국에서 네덜란드로 향하던 이 선박은 지난 23일 홍해 쪽 수에즈만에서 지중해로 향하다 좌초됐다.
좌초된 에버 기븐호가 수에즈운하를 가로막는 바람에 운하 근처엔 369척의 배가 대기하며 물길이 다시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다. 이들 중에는 배송 시기에 민감한 화물을 적재한 컨테이너선은 물론 산 가축을 싣고 유럽에서 중동으로 가려던 배도 포함됐다.
선박 추적 시스템인 베슬파인더는 에버 기븐호가 이날 오후 3시쯤 3노트(시속 약 5.6㎞)의 속도로 통항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즉각 수에즈운하의 선박 좌초 사고 수습에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집트 국민은 오늘 엄청난 기술적 난관을 극복하고 수에즈운하 선박 좌초로 인한 위기를 성공적으로 종식했다”고 밝혔다.
다만 운하 운영 정상화까진 며칠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기 선박 해소와 관련해 라비 청장은 “약 사흘 반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1869년 개통돼 152년 역사를 자랑하는 수에즈운하는 세계 해상 무역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중해와 홍해,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해 전 세계 교역량의 약 12%를 담당한다. 지난해 약 1만9000척의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지나갔다. 컨테이너 화물 일일 운송량은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이집트가 수에즈운하로 매일 벌어들이는 수입은 1400만∼1500만달러(약 158억4800만∼169억8000만원)에 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전에는 이집트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를 차지했다.

자연히 운하 폐쇄로 인한 손실도 막대하다. 국내 최대 원양 컨테이너 선사 HMM을 비롯한 일부 선박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노선으로 우회했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일주일간 수에즈운하 폐쇄에 따른 세계 무역 감소분을 100억달러(약 11조3200억원)로 추산했다. 연간 무역 성장률은 0.2∼0.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선박 중개 회사 브래마 ACM에 따르면 이번주 아시아와 중동 간 화물 운송을 위한 용선료(선박 임대 비용)는 무려 47%나 뛴 220만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2위 컨테이너 선사 MSC의 캐롤라인 베쿠아르트 수석 부사장은 수에즈운하 폐쇄가 “최근 몇 년간 세계 무역에 가장 큰 차질을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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