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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처럼 예쁜’ 아이의 죽음, 더 슬픈가요 [현장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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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15 19:25:25 수정 : 2021-03-15 21: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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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의 빌라에서 숨진 3살배기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외할머니 석씨가 지난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법원을 떠나고 있다. 구미=연합뉴스

경북 구미의 한 빈집에서 방치됐다 숨진 채 발견된 3세 여아의 생전 모습이 지난 12일 한 방송사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이후 아이의 얼굴 사진은 수많은 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도배됐다. 제보를 받기 위한 공익 목적의 얼굴 공개였지만 피해자의 불행이 그저 선정적으로 이용되고, 그 와중에 여아의 외모에 주목하는 행태 등이 나타난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한 언론사는 아이의 사진을 보도하며 “너무 예쁜데 왜 이런 일이”라는 제목을 달았다가 누리꾼의 뭇매를 맞고 제목을 수정했다. 많은 보도가 “인형같이 예쁜 아기”, “이렇게 예뻤는데…” 등 아이의 외모에 초점을 맞추고 비극을 극대화하는 데 머물렀다. 보다 못한 누리꾼들은 “아이가 예뻐서 더 불행한 일이라는 거냐”, “여아가 피해자일 때 외모를 묘사하는 일이 더 잦다”고 꼬집었다. 이제 이러한 보도 관행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 모두 피해자의 외모와 불행을 연관시켜 더 안타깝다고 여기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정지혜 사회2부 기자

보도 행태만의 문제도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이미 아이 얼굴을 품평하고, 성희롱 및 모욕성 발언까지 하는 실정이다. 익명성 뒤에 숨어 누군가의 불행을 오락적으로 소비하는 이들의 추악함은 그리 낯설지 않다. 아무리 제보를 위해서라 해도 가해자 얼굴과 신상은 놔둔 채 피해자 사진만 공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 가해자 신상을 공개할 때도 피해자 특정 위험 등을 고려해 신중을 기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가해자보다 피해자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실상이다.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과 관계없는 이야깃거리들이 선정적으로 나열되곤 한다. 당사자가 숨져 초상권 동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일 때는 오히려 신상 공개 등에 더 신중해야 함에도 말이다. 얼마 전 서울 양천구 입양아 학대 사건 때도 아이가 폭력당하는 영상 등이 여과 없이 공개되며 논란이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피해자의 불행을 강조하는 것이 얼마나 공익적 효과가 있는지, 피해자의 명예는 정말 이렇게 늘 뒷전이 되어도 좋은지 의문이 든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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