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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1세기 중국 홍위병 ‘분노청년’ ‘소분홍’의 민낯

입력 : 2021-03-15 20:27:37 수정 : 2021-03-15 21: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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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 연구가 김인희 박사 책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 살펴 보니

‘애국무죄’
공산당에 대한 사랑이 곧 애국 인식
외국에 대한 광적 배척과 폭력까지
시진핑 정부에 의해 교육받아 양성

한국 문화 공격
이효리 ‘마오 발언’ 등 韓 연예인 공격
김치·한복이 中 문화서 유래됐다며
한국을 중국의 ‘문화도둑’으로 규정

극단적 분노에 대응
피바람 일으킨 문화혁명 홍위병 꼭 닮아
中 민족주의 휘말려 감정적 대응 피하고
세계 인정한 문화능력으로 승부 봐야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 분노를 표출하는 중국의 도시청년들 중심으로 김치와 한복의 기원 시비부터 한국의 ‘단오 문화유산 등재’까지 사사건건 문제삼는 극단적 민족주의의 배경을 파헤치다

 

지난해 8월, 가수 이효리가 중국 네티즌들의 댓글 폭탄을 맞았다.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자신의 캐릭터 이름을 ‘마오’로 하는 게 어떠냐고 말했던 게 빌미가 됐다.

“(왜) 다른 나라 위인으로 장난하느냐”, “잘못을 인식하고 다시는 범하지 말라.”

중국 네티즌들이 이효리의 발언이 초대 주석 마오쩌둥을 조롱했다며 그의 SNS에 단 댓글이다. 한국 네티즌들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응했고, 그렇게 수십 만개의 댓글이 달렸다.

2021년 벽두부터 김치, 한복이 중국의 전통문화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김치는 중국식 절임채소인 ‘파오차이’(泡菜), 한복은 한족이 입었던 전통의상 ‘한푸’에서 유래했다는 억지였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런 뜬금없고, 이해할 수 없는 주장과 행동, 때로는 직접적인 폭력도 서슴지 않는 일들이 꽤 있었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한창이던 2019년, 이를 지지하는 대학 대자보를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이 훼손한 사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송 과정에서 티베트독립 깃발을 흔든 티베트인들을 폭행한 사건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사건들의 중심에 중국 청년들이 있다. 맹목적인 애국, 외국에 대한 극단적 배타성과 폭력성, 중화주의 등으로 무장한 그들은 ‘분노청년’(憤怒靑年·분청), ‘소분홍’(小粉紅·당과 국가, 지도자를 사랑한다는 의미) 등으로 불린다. 이들을 다각도로 분석한 중국문화연구가 김인희 박사의 책 ‘중국 애국주의 홍위병, 분노청년’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앞서 세계일보에 제공한 책의 내용을 보면 김 위원은 공산당과 정부가 이들의 배후에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국을 ‘문화도둑’이라고 여기며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중국의 유명 유튜버가 김장하는 동영상을 올리고는 '중국 음식'으로 소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은 유튜버 리쯔치(李子柒) 동영상 갈무리

◆인터넷을 통한 극단적 분노 표출, ‘애국 무죄’ 분청

1973년 홍콩에서 제작된 ‘분노청년’이라는 영화에서 따온 분청이란 용어는 원래 “사회에 불만을 갖고 급진적으로 변혁하려는 의로운 청년”을 의미했으나 중국에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중국에서 분청은 흔히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 분노를 표출하는 도시청년”을 일컫는다.

김 박사는 책에서 분청의 특징을 ‘국가교육을 통해 양산된 집단’, ‘외국에 대한 광적인 배척’, ‘강한 중화민족주의’, ‘정부에 대한 광적인 지지’, ‘비이성적 폭력’ 등으로 정리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서양에 대한 극단적 반감을 폭력적으로 드러낸 19세기 말 ‘의화단 운동’, ‘마오쩌둥 신격화’에까지 이른 1960년대 문화대혁명 시기의 ‘홍위병’이 분청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다. 김 박사는 “(세 집단은)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며 세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며 “특히 홍위병과 분노청년은 일란성 쌍둥이라 할 정도로 닮았다”고 분석했다.

분노청년은 정치개혁의 부재, 경제정책 실패, 부정부패 등으로 촉발된 1989년의 천안문 사건이 “사상, 정치 교육의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덩샤오핑 등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청소년, 청년들에 대한 애국주의 교육이 강화되면서 탄생했다. 애국은 어느 나라에서나 교육의 중요한 주제지만 중국의 그것은 애국을 애당, 즉 공산당에 대한 사랑과 등치시킨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중국을 이끄는 공산당이 교육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분청은 2000년대까지 극성을 부리다 중국 내 자유주의파 지식인들의 비판을 받으며 어느 정도 정리됐다. 하지만 이 지식인들이 2010년대 이후 정부의 제재에 따라 소멸되다시피했고, 시진핑 집권 이후에는 정부의 지원을 받은 소분홍으로 대체됐다. 김 박사는 “어느 사회에나 극단적인 주장이 등장하지만 중국의 그것은 국가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시진핑 집권 이후 소분홍의 등장은 중국공산주의청년단 등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분청, 소분홍 등의 위험은 그들이 폭력성을 서슴지 않고 표현하는 데서 두드러진다. 이는 애국을 머릿속에만 담아두지 말고 실천하라는 교육에서 비롯된다. 애국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동을 해도 된다는 ‘애국 무죄’의 태도인 셈이다. “누군가 국가와 민족, 사회주의 사업에 해를 끼치는 것을 발견한다면 참지 말고 투쟁해야 한다는 것”은 이들의 신념이자 행동지침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문화도둑 한국’, 빈번해지고 격해지는 공격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고, 세계를 이끌어가야 한다는 중화주의로 무장한 이들이 외국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중국을 어떻게 대하는가’라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 따라 “중국을 대국으로 대하지 않는” 미국, “중국을 침략하고 반성하지 않는” 일본, “(티베트 독립과 관련해) 중국을 분열시키는” 프랑스가 주요 타깃이다. 그리고 최근 한국에 대한 공격이 빈번해지고, 격해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을 “중국의 속국이었으며 (중국의) 문화적 세례를 받고는 이제와서 ‘중국문화를 훔쳐가는’” 나라라고 주장한다. 김 박사가 이런 망상의 시작으로 단오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2005)를 꼽는다. 양국 단오제의 성격이 다름에도 중국은 정부 관료까지 나서 “단오는 중국의 오랜 역사를 지닌 전통 명절로 다른 나라에서 등록에 성공하면 얼마나 난처한 일인가”라며 억지를 부렸다. 김치, 한복을 중국 것이라 우기는 주장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상을 받으며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양국(한국과 미국)이 함께 겪었던 고난의 역사,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한 소감을 두고 중국 네티즌은 물론 외교부까지 나서 문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미국에 대항해 조선(북한)을 도운 전쟁’, 즉 ‘항미원조’의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한다. 아편전쟁, 항일전쟁 등과 함께 한국전쟁을 소재 중 하나로 삼은 ‘그해 그 토끼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동영상은 중국을 토끼, 미국 독수리, 러시아 곰 등 각국을 동물캐릭터로 표현하는데 남북한은 유독 몽둥이로 표현, “생명이 없는, 자율적인 선택이 불가능한 존재로 묘사해” 조롱과 비하의 감정을 담았다. 이 동영상은 2020년 4월 기준 약 4억뷰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 박사는 일반적인 중국, 중국인들과 이런 극단적인 주장, 행동을 일삼는 분청 등을 분리해 사고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문화창조능력은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일부 중국인들의 극단적인 주장에 민족주의적 감정을 앞세워 대응할 필요가 없다”며 “냉철하고, 담담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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