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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당 김진아 “여자 혼자도 살기 좋은 서울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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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13 17:52:46 수정 : 2021-03-13 17:5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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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여성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0일 서울시 용산구 울프소셜클럽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여자 혼자도 살기 좋은 서울’.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의제 정당인 여성의당이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도전하며 내건 슬로건이다.

 

김진아 여성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지만 사회·경제적 약자 계층인 여성이 살기 좋은 곳이라면 누구나 살기 좋지 않을까”라며 “어떤 정치인도 여성을 개별 시민으로 호명한 경우가 없었기에 이를 드러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특정한 역할이나 관계에 종속된 여성이 아닌 ‘개별 시민’으로서 여성의 삶을 들여다보겠다는 선언이다.

 

잘 나가는 광고기획자로 쌓아올린 커리어, 서울의 대표적 페미니즘 공간이자 카페인 울프소셜클럽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첫 에세이로 2만5000부 판매고를 올린 작가, 전 여성의당 공동대표까지 그의 이력은 범상치 않다. 여자들에게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설파하던 그는 급기야 2021년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게 너무 좋다”는가 하면 자신을 ‘이기적인 여자’, ‘희생하지 않는 여자’라고 공공연히 소개하는, 이번 선거 출마후보 중 단연 가장 신선한 얼굴일 김진아 후보와 지난 10일 만났다.

 

◆“‘여성정치’는 시대적 흐름…기성 정당으론 한계”

 

김 후보가 몸 담은 여성의당은 지난해 3월 8일 여성의 날 창당해 최근 1주년을 맞았다. 작년 총선을 목표로 창당이 진행됐다.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태를 국가적 이슈화하는 데 기여하는 등 최초의 여성의제 정당답게 성폭력·성평등 의제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창당 38일만에 치른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22만표를 얻었다. 30여개 정당이 참여한 선거에서 10대 정당에 등극했다.

 

-첫 선거에서 거둔 성과에 대해 어떻게 분석하는지.

 

“역시 시대적인 흐름을 거스를 순 없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숫자로 증명됐다. 적어도 22만명은 성차별과 성폭력이 난무하는 현실의 심각성을 자각했다는 뜻이다. 또한 여성의 힘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된 것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다.”

 

-전임자의 성 비위로 불명예스럽게 치러지게 된 보궐선거,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여성의당에서 후보를 내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가장 여성의당다운 선거를 할 수 있고, 공감을 얻을 것으로 판단했다. 작년 총선에 이어 두 번째로 찾아온 좋은 기회다. 개인 브랜드인 저는 조직에 속해 직위를 가진 사람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 등이 가능하고 회사에서 잘릴 위험도 없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사람이 나서자고 생각했고, 그 동안의 경력을 살려 잘 해낼 것이란 자신이 있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며칠 전 박원순 전 시장 사건 피해자에게 사과했다.

 

“불과 며칠 전 당내 경선 때만 해도 우상호 의원과 오누이라고 사이 좋게 박 전 시장이 잘한 것 치하하더니 갑자기 후보 되고 나니 피해자에 사과라. 피해자를 우롱하는 것 아닌가. 하나만 하셨으면 한다. 여자가 지조가 있지.” 

 

-기존 여성정치인으로는 어떤 점이 한계인 건가.

 

“그동안 어떤 여성 의원도 여성을 개별 시민으로 호명하지 않았다. 그러한 의식이 없었다. 여성운동을 했고, 여성단체 출신임에도 피해자를 피해자라 부르지 않고, 고소 사실을 먼저 노출하기까지 했다. 여성운동 자체가 80년대부터 진보세력의 하나의 계파 정도로 진행돼 온 경향이 있다. 새로운 세대는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정당인 그리고 여성으로서 정체성이 부딪힐 때 조직을 앞세우는 경향을 보이면서 실망한 이들이 많다.

 

“어쩌면 이것이 ‘진실의 순간’이었을 수 있다. 지금 세대의 여성들은 그 불편한 진실을 목격했고,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성에게는 좌도 우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을 바꾼 페미니즘, 그리고 정치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16년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2018년 미투 운동과 불법수사 편파판결을 규탄했던 혜화역 ‘불편한 용기’ 시위, 그 후에도 수많은 청원과 총공에 참여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여성의 문제를 여성이 직접 해결해야 함을 깨달았다. 여성 정치 세력화와 입법 과정 개입이 필요한 거다. 여성의당을 통한 정치 입문은 2015년부터 시작된 한국 페미니즘 대중화 물결에 이어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페미니즘에 눈 뜨게 된 과정은.

 

“다른 많은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강남역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페미니즘 대중화 흐름을 관통하며 난생 처음 여성으로서 자기인식과 위치성을 자각하게 됐다. 동시에 그때까지 내가 굳게 믿었던 능력주의의 허상을 깨달았다.

 

미취학 아동에게마저 영향을 미치는 여성의 성상품화를 목격하며 기성세대로서 이러한 성별 격차,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한 의식 없이 살아온 것을 반성하게 됐다. 그 결과로 나온 것이 2019년 출간된 책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다.”

 

-나에게 페미니즘이란?

 

“관념보다 구체적인 문제 해결에 가깝다. 예를 들어 동아제약 면접 성차별처럼 여성 신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받게 되는 부당한 차별과 폭력을 없애는 것. 한정된 자원, 파이를 여성과 남성이 공정하게 나눠 갖는 것. 고질적인 성별 고정관념과 성별 노동분업을 없애는 것. 페미니즘보다 ‘여성주의’라는 말을 더 선호한다.”

 

-이번 선거의 여성 정책 공약 중 하나를 소개한다면.

 

“여성폭력 대응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할 것인가 많이 고민했다. 먼저 505번 SOS 긴급직통전화를 만들고, 피해자가 이용하는 해바라기센터 등을 서울시 직속 통합센터로 만들 것이다. 현재는 병원들이 맡는데 수익이 안 나고, 차지하는 면적이 크다 보니 잘 안 하려고 한다. 서울시 직속으로 병원과 똑같이 의료진을 상주시킨다. 피해자가 전화 신고 후 내방하면 센터 안에서 치료부터 법률 지원까지 한다. 피해를 겪은 회사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일터를 찾아갈 수 있도록 일자리 연결까지 원스톱으로 한다.”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이 최근 공분을 사는 등 여성 채용 관련한 관심도 높아졌다. 

 

“동아제약 관련해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고, 여성 일자리 정책은 우리가 가장 집중하는 핵심 과제다. 디지털 성범죄 같은 안전 문제도 중요하지만 일자리는 자립을 위한 가장 기본 조건이기 때문이다. 채용 과정뿐 아니라 채용 후 차별, 임금, 승진까지 몇 종 콤보로 성차별은 계속 이어진다. 채용 성별을 50대 50으로 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지키는 등은 여성을 우대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공정하게 하자는 거다.

 

서울시 산하 공기관 임원에는 50% 여성임원을 할당할 것이다. 높은 위치와 권력을 가진 여성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여성이 자꾸 성적인 대상으로만 이미지화되면 동료시민으로 보기 힘들다.”

 

◆여성연대의 가능성 보여준 ‘울프소셜클럽’

 

김 후보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로 울프소셜클럽을 꼽았다. 강남역 사건(2016) 이후 여성들끼리 교류하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껴 다음해 3월 이곳을 열었다. 페미니즘의 선구자 격인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영감을 받았으며, 2019년 3월 뉴욕타임즈에 ‘한국의 가 볼 만한 여성주의 공간’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그는 “이곳에서 다양한 연령대 여성들을 직접 만나며 여성에게 자기 몫, 공간, 목소리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와 지향이 비슷한 여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얼마나 필요한지 체감했다”며 “내면화된 남성적, 가부장적 시선으로 세상을 보다가 비로소 여성으로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한 각성의 과정을 고백한 책 ‘나는 내 파이를 구할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는 출간 1년 만에 10쇄를 돌파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페미니즘은 평화주의나 도덕성 투쟁이 아니라 남자들에게 빼앗긴 여자 몫의 파이를 되찾는 밥그릇 싸움”이라는 것. 정치에 뛰어든 것도 여성의 파이를 키우는 일환이다.

 

“여성이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것만으로도 이기적인 여자가 되는” 한국 사회에서 신분을 드러내고 적극적인 여성주의자로 산다는 것은 편한 길은 아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아직 불편함을 느낄 만큼 충분히 유명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여전히 ‘내 파이∼’를 쓴 작가와 여성의당 김진아가 동일 인물임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 

 

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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