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현장에선] 대통령도 임기 5년의 ‘어공’이다

관련이슈 현장에선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21-03-11 23:04:15 수정 : 2021-03-11 23:04:14

인쇄 메일 url 공유 - +

4년 전인 2017년 9월 이 칼럼 코너에서 ‘문재인정부의 최순실들’이란 주제로 글을 썼다. 문재인정부의 언행 불일치, 냉온탕을 오가는 대통령의 대북 발언과 오락가락 정책 행보, 외교안보 진용 인선을 둘러싼 혼란의 원인이 정부 밖에 있는 비공식 라인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관가 안팎의 우려를 전한 글이었다. 당시 청와대 분위기에 밝은 한 관료가 “현 정부 실세는 BH(청와대) 수석이나 실장, 장·차관이 아닌 운동권 출신 행정관들”이라고 한 말의 의미를 그땐 정확히 몰랐다.

현 정부 핵심 세력의 근간인 ‘NL(민족해방)운동권’ 출신들의 실체는 무엇인가. 20대에 학생운동에 몸담은 것을 밑천 삼아 30대에 국회의원 배지를 단 이후 지금까지 쭉 기득권을 형성한 ‘586’들은 젊은 시절 외친 ‘구호’처럼 민주주의적이고 개혁적인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수사 영역에 해당하는 6대 중대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를 저지른 이들이 ‘검찰개혁’을 부르짖으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는 게 개혁인가.

김민서 국제부 차장

이적단체로 분류된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사무처장 출신으로 주사파(주체사상파) 운동권의 핵심이었던 민경우 미래대안행동 공동대표는 586 실세들의 성격을 ‘내로남불 부패 DNA’가 내장된 이들로 규정한다. 사상이나 이념이 아닌 운동권 인맥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사적 이해관계가 분야 곳곳에서 국정운영의 보이지 않는 ‘룰’로 작용한다. 주사파 대부로 통했던 한 인사는 “대통령이 ‘운동’도 제대로 안 한 ‘얼치기 주사파’들에 휘둘린 결과”라고 정리했다.

노무현정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문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는 ‘노무현정부 시즌2’인가. 두 정부는 질적으로 다르고 결정적인 큰 차이가 있다고 본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했던 현직 고위공무원은 “당시 청와대 내 공부 모임과 세미나가 유행이었고 노 전 대통령도 함께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며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한 북한 관련 공부 모임에서 주체사상의 핵심인 ‘수령론’·‘품성론’을 다루는 순간 노 전 대통령은 그만하자며 책을 덮은 일화가 있다”고 회상했다. 한·미관계 설정을 놓고 자주파·동맹파 간 갈등이 극심했던 때 운동권 인사들에 제동을 걸다 인사 불이익을 당한 전직 외교안보 부처 고위관료는 “노 전 대통령은 그래도 운동권에 완전히 휘둘리지 않고 결정적 순간에 균형감 있는 결정을 내렸다”며 “노 전 대통령과 지금 문 대통령의 가장 큰 차이”라고 했다.

‘늘공’(늘 공무원·직업공무원)이 ‘어공’(어쩌다 공무원·정무직)을 보는 눈은 생각보다 매섭다. 촉도 빠르고 정확하다. 현 정부 국정운영 시스템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가장 먼저 눈치챈 것도 이들이었다. 임기 5년의 대통령도 따지고 보면 ‘어공’일 뿐이다. 역대 정권 모두 실력보다 충성도를 우선해 A급 대신 B·C급 인사들을 데려다 쓰긴 했어도 ‘피의자’를 요직에 앉히진 않았다. 강골 검사 윤석열이 대권 후보로 부상한 건 우연이 아니다. ‘적폐청산’을 부르짖으며 집권해놓고 ‘공정’·‘정의’·‘개혁’을 사적 이해관계로 오염시킨 사람들이 만들어낸 필연이다.

 

김민서 국제부 차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지수 '시크한 매력'
  • 지수 '시크한 매력'
  • 에스파 닝닝 '완벽한 비율'
  • 블링원 클로이 '완벽한 미모'
  • 스칼렛 요한슨 '아름다운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