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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LH의 ‘뜻밖의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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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08 22:59:05 수정 : 2021-03-08 22: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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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위대한 발견은 우연의 산물인 경우가 적지 않다. 최초의 항생제 페니실린도 마찬가지였다. 1928년 영국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세균 배양 실험을 하다 여름휴가를 떠났다. 휴가에서 돌아와 보니 접시 안에서 세균 대신 푸른곰팡이가 자라고 있었다. 실험 도중에 실수로 포자가 들어가는 바람에 접시에 곰팡이가 번식한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곰팡이 주변에 세균이 자라지 못해 아예 녹고 있다는 점이다. 곰팡이의 항균작용 때문이다. 실수가 페니실린 발견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독일 화학자 케큘러는 저녁 늦게 마차를 타고 졸다 벤젠고리의 비밀을 풀었다. 그는 꿈속에서 뱀이 자기 꼬리를 물고 빙빙 도는 이상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잠에서 깬 그는 꿈속의 모습에서 고리 형태의 화학구조를 떠올렸다. 탄소 여섯 개가 꼭짓점마다 붙어 있는 육각형 구조였다. 과학사에 길이 남을 ‘벤젠 고리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고대 그리스의 아르키메데스는 공중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다 질량과 부피의 이치를 밝혀냈고, 아이작 뉴턴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과정에서도 이런 ‘뜻밖의 행운’이 일어난 모양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직원들이 개발 정보를 알고 땅을 미리 산 건 아닌 것 같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거로 알고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로 지정된 것”이라고 두둔했다. 그의 해명이 나온 뒤 비난과 조롱이 쏟아졌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날계란 봉변에 빗대 “계란을 던졌는데 이낙연이 갑자기 나온 것”이라는 패러디까지 등장했다.

뜻밖의 행운은 누구나 바라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꼭 우연만 있지 않다. 부단한 실험과 열정이 존재한다. 뉴턴 역시 중력에 대한 끝없는 의문을 갖고 있었기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 하나조차 예사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훗날 그는 어떻게 만유인력을 발견했느냐는 주위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습니다.” LH의 행운에는 이런 노력과 열정이 없다. 그것은 뜻밖의 행운이 아니라 행운을 가장한 도둑질이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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