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지난해 업무평가 보완 사항으로 “5대 중대 부패범죄 단속 실적이 저조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을 앞세우며 서울남부지검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폐지하고 검찰과 충돌한 일련의 과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7일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2020 자체 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해 사회지도층 범죄와 5대 중대 부패범죄를 엄단하는 데 부진했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법무부는 “국정농단 사건 공소 유지에 대한 역량 집중, 특수 전담 폐지 등으로 검찰 직접 수사가 축소돼 성과 지표인 5대 중대 부패범죄 단속 실적이 저조했다”고 밝혔다. 5대 중대 부패범죄는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죄다. 법무부는 자체 보고서에서 5대 중대 부패범죄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개선을 위한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부패로 인한 국가 재정의 누수 방지와 국민의 감시, 마약 범죄와 강력 범죄 대응 역량 강화 등에도 미흡했다고 자체 진단했다. 사회지도층 범죄 엄단 과제도 부진해 법무부는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구조적 문제점에 대하여 법무부는 클린 피드백 시스템 등을 통해 부패유발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5대 중대 부패범죄와 사회지도층 범죄 엄단 과제의 부실은 지난해 내내 이어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겨냥한 추 전 장관의 연이은 수사지휘권 발동, 지난해 연말에는 검찰총장 징계 국면이 이어지면서 검찰과 법무부가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다. 그 사이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권력과 연루된 정황이 짙은 사건들의 수사가 지연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여권의 ‘검찰개혁 시즌2’의 과제로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에 대해 “검찰개혁이 아니다.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변하며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의원은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로 인한 역효과를 법무부가 스스로 시인한 것”이라며 “검찰의 거악 척결 기능이 무력화됐을 때 좋아할 사람들이 누구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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