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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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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3-01 23:08:11 수정 : 2021-03-02 14: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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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의 장벽, 1인치의 이 장벽을 뛰어넘는다면 여러분은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 지난해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기생충’으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수상 소감은 큰 울림을 줬다. 봉 감독이 그토록 허물기를 바랐던 ‘1인치 장벽’은 올해 골든글로브에서도 여전히 견고했다.

어제 제7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쓰고 연출했으며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이지만, 외국어 영화로 분류됐다.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 규정에 의해서다. 그래서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해 차별 논란이 벌어졌다. HFPA의 낡은 규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미나리’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 가족은 그들만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그것은 어떤 미국의 언어나 외국어보다 심오하다. 그것은 마음의 언어다”라고 말한 것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1980년대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에서 한국인에게 익숙한 채소인 미나리는 강한 생명력과 적응력을 상징한다. 한국인 가족이 애써 기른 농작물은 모두 엉망이 됐지만 아무렇게나 자란 미나리만 살아남는다. 20억원가량의 소규모 제작비에, 섭씨 40도가 넘는 불볕더위 속에서 촬영한 이 영화 역시 제목처럼 척박한 환경을 딛고 탄생했다. 뜨거운 호평 속에 어제 골든글로브까지 모두 75개의 상을 받았다.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돋보이는 가운데, 윤여정은 영화에 활력을 주는 할머니 ‘순자’를 인간미 넘치게 연기하며 26개의 여우조연상을 받았고, 아카데미상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이미 시상 예측 사이트 ‘어워즈워치’에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미나리가 다음달 아카데미 수상의 기쁨도 누리길 기대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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