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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부산 방문, 선거개입 야권 비판 각오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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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 앞두고 부산 방문 논란
가덕도 신공항 추진 여당에 힘 실어
불리한 부산선거 판세 초조함 반영
靑 “한국판 뉴딜행보 연장선상” 해명
김은혜 “선거 개입하겠다 선전포고”
정호진 “특별법 강행 대통령이 쐐기”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부산신항 다목적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해 김경수 경남도지사로부터 동북아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 등 경제공동체 방안을 포함한 '동남권 메가시티 비전' 보고를 받고 있다. 뉴스1

“선거개입 논란과 야권 비판을 각오하고 간 것으로 봐야 한다.”

한 여권 관계자는 25일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을 이렇게 평했다.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이뤄진 문 대통령의 이날 부산방문은 ‘선거개입’ 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치권에서는 최근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 파문이나 검찰 직접수사권 완전 폐지 추진 등을 둘러싸고 문 대통령의 ‘레임덕’(정권 말 권력 누수)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었다. 4·7 재보궐선거 패배는 레임덕의 본격화로 이어질 수 있다. 재보선 승패에 대한 초조함이 문 대통령의 부산 행보로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필승 카드로 추진하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하면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부정적인 정부 부처 장관들을 대동했다. 문 대통령은 변 장관에게 국토부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 의지를 다짐받았다. 다분히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청와대는 부산 방문이 한국판 뉴딜 행보의 연장선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월 ‘친환경 고속열차’ 행사차 강원도와 충청북도를, 2월에는 ‘해상풍력단지’ 방문차 전라남도에 이어 올해 세 번째 ‘한국판 뉴딜’ 행보다. 다만 앞선 두 차례에서는 지역 국회의원이 행사에 참석했지만 이번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 옆에 지역 국회의원이 있었다면 더 큰 논란을 부르지 않았겠느냐”고 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대통령의 지방 방문은 과거에도 논란이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20대 총선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을 앞둔 상황에서 TK(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해 ‘진박(진실한 친박) 공천’ 논란을 불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8년 18대 총선을 나흘 앞둔 상황에서 핵심 측근인 이재오 후보 지역구에 있던 은평뉴타운에 들러 구설수를 불렀다.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 등을 통과시키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선거개입 논란이 불거질 것을 알면서도 문 대통령이 부산 방문을 결심한 것은 정치적 이득이 더 많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다. 부산 방문을 통해 이번 보궐선거를 넘어 내년 대선에서까지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KBS부산과 부산MBC가 지난 21∼22일 부산지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4.7%, 국민의힘 지지율은 34.2%였는데 같은 조사에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8%였다(더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러나 청와대는 “부산 방문은 보궐선거와 무관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통행보의 일환으로 오래전에 결정된 행사”라고 해명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2시간여 동안 부산에 머무르면서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2040년까지 PK(부산·울산·경남) 지역을 경제·생활·문화·경제 공동체로 묶어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를 도모해 동북아 지역 8대 지역 경제권으로 부상하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우선 부전역을 방문해 송철호 울산시장으로부터 동남권 광역교통망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생활공동체 및 행정공동체 조성 방안을 보고받았다. 이어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는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가덕신공항 추진 상황’과 ‘동남권 문화공동체 조성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부산신항에서는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로부터 동북아 스마트 물류 플랫폼 구축 등 경제공동체 방안을 포함한 ‘동남권 메가시티 비전’을 청취했다.

하태경 의원을 비롯한 부산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토교통부가 '가덕공항' 반대 의견을 밝힌 것에 대해 비판하고 부산특별광역시법(특별광역자치단체법 제정안)을 공동 발의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국민의힘 “관권선거 세상에 드러나”…정의당도 “촛불정부가 해선 안될 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을 방문하자 야당에선 격앙된 반응이 쏟아져나왔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기에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 인근 지역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대동한 것을 두고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됐다. 보수 야당뿐 아니라 정의당에서도 문 대통령의 이날 부산 방문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 대통령의 부산행을 “노골적인 선거행보”라며 “4차, 5차 재난지원금 공세에도 마음이 안 놓였는지 ‘가덕도 신공항’과 ‘동남권 메가시티’로 더불어민주당을 지원하는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라고 일갈했다. 주 원내대표는 형사 사건 피고인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송철호 울산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이날 동행한 것을 겨냥해선 “아주 볼썽사나운 일정 같다”고도 꼬집었다. 같은 당 김병민 비대위원은 “문재인정부 출범 후 관권선거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권력이 선거에 개입한 문제들이 세상에 드러났다”고 질타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중립 의무를 위반한 채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다”며 “재난에는 숨어 있던 컨트롤 타워가 선거 땐 청와대에 우뚝 선다. ‘떴다방’ 관권 선거”라고 비판했다. 특히 부산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은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을 즉각 중지해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안병길 의원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보선을 앞두고 답답해서 간 것 같은데, 그리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부산시민들 입장에선 외려 화가 날 일”이라며 “문 대통령과 여당이 가덕 신공항을 마치 자신들이 다한 것처럼 공을 가로채려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최근 공개석상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른 채 ‘부산에 또 가야겠네’라는 혼잣말을 한 일을 언급하며 “(선거지원에) 대통령까지 동원했나 보다”고 일침을 놨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대통령까지 표만 생각하면 이 나라가 어찌 되겠는지 가슴이 터진다”고 적었다.

강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가덕 신공항 특별법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온 정의당도 비판 행렬에 가세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 “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부산 방문은 집권여당의 일방통행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이명박정부 ‘4대강’과 닮은꼴인 가덕 신공항 특별법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쐐기를 박는 건 ‘촛불정부’가 해선 안 될 일”이라고 역설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야당의 반발을 국정운영에 시비를 거는 일이라고 역으로 비판했다. 신영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이번 부산 방문은 ‘지역균형 뉴딜’ 정책을 점검하기 위한 일정으로, 오래전 기획된 것”이라며 “모든 것이 선거개입이라는 국민의힘은 그렇게 자신이 없나”라고 되물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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