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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호의미술여행] 무엇이 성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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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19 22:55:10 수정 : 2021-02-19 22: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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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드니의 ‘녹색 나무가 있는 풍경’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기부 소식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가 좋아했다는 랠프 월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 구절에 눈길이 갔다. “… 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중략)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에머슨의 인생 이야기는 예술에서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무심코 스쳐 지나는 것에서 아름다움과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이 예술이니까. 그렇게 창작된 예술은 많은 이에게 공감을 주고, 현재의 절망과 고통을 넘어 미래의 푸근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래서 예술가들은 자신을 아름다움의 미래를 향한 예언자로 부르기도 한다.

히브리어로 ‘예언자’란 뜻을 담은 나비(Nabis)파는 미래의 미술에 대한 예언자 역할을 내세웠다. 대표적 작가인 모리스 드니는 “한 장의 그림은 그것이 말이나 누드 또는 어떤 이야기이기 이전에 특정한 질서로 모아 놓은 색들의 평면일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림이란 내용을 연상케 하는 것에 앞서 색이나 형태 등이 모인 평면이라는 것이다. 그림이 더 이상 세계의 재현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녹색 나무가 있는 풍경’은 이상하고 색다른 느낌에 빠져들게 한다. 드니가 커다란 색 면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나무줄기나 땅을 녹색으로 칠해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숲을 배경으로 천사나 유령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하얗게 표현한 것도 풍경의 사실적 묘사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림이 자연을 묘사하는 것이기보다 인간의 내면세계를 신비롭게 표현하는 것임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드니가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창작의 영혼과 느낌을 암시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 방법으로 단순한 색 면 구성과 주관적인 색채가 동원됐다.

그래서일까. 이상하게 보이던 녹색 나무가 싱그럽게 느껴지고, 하얀 뭉게구름과 파란 하늘이 눈을 즐겁게 한다. 이렇듯 그림 한 장에서 색다른 기쁨을 찾는다면 작은 행복을 품은 성공한 아침이지 않을까.

박일호 이화여대 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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