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논란에 불화설까지… ‘영구 제명하라’ 靑청원 올라와

배구 선수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가해를 사과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커지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이다영이 입장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밝힌 뒤, 불화설에 휩싸였던 팀 선배 김연경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언팔로우(친구 끊기)를 하면서 반성의 진정성에도 물음표가 따라붙는 모습이다.
학폭 폭로가 나온 지난 10일 이재영은 SNS를 통해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며 “제가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무책임한 행동 때문에 많은 분들께 상처를 드렸다.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사과했다.
동생 이다영도 “학창시절 같이 땀 흘리며 운동한 동료들에게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린다”라며 “피해자분들께서 양해해 주신다면 직접 찾아뵈어 사과드리겠다”라고 했다.
구단 역시 “해당 선수들은 학생 시절 잘못한 일에 대해 뉘우치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논란 와중에 이다영이 김연경의 SNS 계정을 언팔로우하면서 불화설이 다시 불거졌다. 이다영이 공개적으로 김연경을 겨냥한 듯한 행동을 보이자 일부 배구 팬은 “설마 학폭 논란이 김연경 때문이라 생각하는건가” “사과하는 시늉만 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등 부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김연경은 여전히 이다영 팔로우하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다영의 SNS 글로 팀 불화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다영은 “나잇살 좀 처먹은 게 뭔 벼슬도 아니고 좀 어리다고 막대하면 돼? 안돼” “괴롭히는 사람은 재밌을지 몰라도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을 죽고 싶다”며 고통을 받는 피해자임을 암시하는 글을 남겼다. 이는 결과적으로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던 자신과 이재영의 과거를 들추는 도화선이 됐다는 반응이 많다. 지난 10일 배구 커뮤니티에 이재영 이다영 자매로부터 중학교 시절 학폭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오며 오히려 타인을 괴롭혔던 가해자로 본인을 가리키게 된 것이다.
자매는 자신이 가해자였음을 인정하며 자필 사과문을 올렸지만, 학폭 가해자였던 두 선수를 영구 제명하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분노한 여론은 사과만으로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에 따르면 피해자 부모에 대한 욕설을 퍼붓고, 심부름을 거부하자 흉기를 가져와 협박하는 등 피해사례가 21가지에 이른다고 알려지면서 공분이 일고 있다. 여기에 불화설의 여진까지 더해지면서 두 선수를 향해 배구계 퇴출 요구가 나올 만큼 여론은 심상치 않다.
흥국생명과 한국배구연맹(KOVO)는 이재영과 이다영에 대한 징계를 고심 중인 상황으로 알려졌다. KOVO 관계자는 전날 “구단에서 두 선수에 대한 징계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 구단이 어떤 조치를 할지 알 수 없어 지금 시점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흥국생명 측은 구단 징계에 대해 내부 논의를 한 뒤 결정할 예정이다. 구단 자체적으로 징계하지 않거나 징계 수위가 약할 경우 연맹 차원에서 별도의 징계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악재로 팀 분위기는 최악이다. 숙소를 떠난 두 선수의 올시즌 복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라 팀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팀 전력의 핵심인 이재영 이다영이 결장하면서 전날 흥국생명은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20-21시즌 도드람 V리그 도로공사와 원정경기에서 힘 한 번 못 쓰고 세트스코어 0대3으로 완패하며 3연패에 빠졌다. 김연경 홀로 고군분투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박미희 감독은 최악의 팀 분위기에 대해 답답함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지금은 좋은 경기력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쉽지는 않겠지만 경기력이 좋아지도록 하겠다”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제가 관리하는 선수이기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개인 일이 아닌 배구계 전체에 영향이 커 조금은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사실상 논란을 키우는 시작점이었던 이다영의 SNS 활동을 두고는 “이다영에게 SNS 활동을 자제하라고 이야기했다”면서도 “선수 본인 의지가 있어야 한다. SNS 활동이 선수들의 유일한 통로”라고 말했다.
한편 학폭 공분이 거세지면서 두 선수가 지난해 4월 출연한 tvN ‘유퀴즈 온 더 블랙’에 이어 지난해 8월 출연한 흥국생명 계열사인 티캐스트 ‘노는 언니’ 다시보기 방송분은 삭제된 상태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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