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어느 날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마치 어둠을 뚫고 주변을 밝혀주는 한 줄기의 빛처럼 내 마음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진’으로 뽑힌 가수 임영웅의 배려심이나 선행이 팬클럽에도 영향을 미쳐서 임영웅 못지않게 기부 행진이 이어져서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간다는 말이었다. 임영웅은 무명 가수 시절에 군고구마 장사도 하고 보일러가 고장 난 방에서 살면서 연탄 나르는 봉사도 하고 유명해지고 나서 많은 기부활동을 해왔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이름의 가게도 생겼다. 결식아동에게 마음껏 먹게 해주는 가게 주인을 보고 지인이 가게 이름을 다시 붙여준 것이다. 2, 3시간 거리에서도 찾아온 아이들을 보고 지방에도 지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계속 선행이 퍼지게 될 전망이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을 듣고 떠오른 일련의 일들에 대해 적어본다. 필자가 대기업 방문 시 벽에 붙어 있는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게시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금요일은 회식 금지· 회식은 1차로 종료. 2차까지 안 가기.’ 또 서울시청은 오래전에 수요일은 칼퇴근하고 일찍 가족 품에 돌아가는 날로 정했다.
회식은 중요한 직장문화 중 하나다. 직원들의 수고를 위로하고 사기를 올리기 위해 어떤 기업이든지 회식을 한다. 즐겁기만 하면 좋지만, 술이 가세해서 문제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직장문화를 건전하게 바꾸려는 움직임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도 있었다. 그때 당시 게시물이 효과를 발휘하고 자신과 가족을 돌보려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다.
선한 영향력이 될 수 있는 댓글 사례를 소개한다. 최근 ‘삽화 미래지도’라는 삽화 기법을 배워가면서 미래를 그리는 온라인 교육을 수강했다. 매일 삽화와 글로 과제를 올리고 다른 사람들의 과제물에 댓글로 공감이나 격려를 하는 것이 숙제였다. 5일 동안 자신의 과제도 열심히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그림이나 글을 자세히 보고 상대가 마음에 와 닿는 댓글을 쓰려고 노력했다. 온라인으로 서로를 격려하는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런 좋은 댓글 숙제는 모두를 풍요롭게 한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리운 추억이 떠오른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상위권에 올라간 한국 팀을 광화문광장에 모여서 빨간 티셔츠를 입고 다 같이 응원했다. 경기 후 주변의 쓰레기까지 줍고 귀가했다. 그 상황을 일본인 문화 평론가는 광화문광장이 그날은 마치 커다란 안방처럼 되고 옆에서 함께 응원한 사람들이 안방에 모인 가족이나 친척처럼 돼 집 쓰레기를 줍듯 깨끗하게 하고 간 것이라고 표현했다.
외국에서도 놀라운 일이었다. 처음에 쓰레기를 줍는 사람의 용기가 필요하지만 선한 영향력이 주변에 전파가 돼서 나도 모르게 다 같이 하게 된다. 선의 번식이다.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나에게는 하나의 주문처럼 되어 길을 걸으면서도 머릿속에 맴돈다. 어떤 언행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면 좋을까. 서로서로 지지하고 격려하고 선한 영향력이 퍼져나가는 2021년이 되길 희망한다.
야마구찌 히데꼬 아시안 허브 다문화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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