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는 배우 윤정희를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딸이 프랑스 파리에 방치했다는 국민 청원 주장과 관련, 백건우 측이 공연기획사 빈체로를 통해 “거짓이자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윤정희의 동생들은 2019년 프랑스 법원이 백건우 부녀를 윤정희의 재산ㆍ신상 후견으로 지정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한 후 지난해 말 패소했는데 이 국민 청원은 해당 판결 이후 3개월 만에 올라온 것이다.
◆백건우 측 “윤정희 방치 주장은 근거 없는 루머”
7일 빈체로는 “최근 청와대 국민 청원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당사 아티스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과 그분의 딸인 백진희에 대해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빈체로는 “백건우와 윤정희는 평생을 함께 연주 여행을 다녔지만 몇 년 전부터 윤정희의 건강이 빠르게 악화하며 길게는 수십 시간에 다다르는 먼 여행길에 동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가족과 멀리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요양병원보다는 가족과 가까이서 친밀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인 백진희의 아파트 바로 옆집에서 백건우 가족과 법원에서 지정한 간병인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시글의 내용과는 달리 주기적인 의사의 왕진 및 치료와 함께 편안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며, 게시글에 언급된 제한된 전화 및 방문 약속은 모두 법원의 판결 아래 결정된 내용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빈체로는 또한 “현재 윤정희는 안락하고 안정된 생활이 필요하다.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개인사가 낱낱이 공개되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바탕으로 작성된 악의적인 게시글의 무분별한 유포 및 루머 재생산, 추측성 보도 등 아티스트와 아티스트 가족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모든 행위를 더는 삼가시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윤정희 남편과 별거 상태로 도움 못 받아” 국민청원 올라와
앞서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윤정희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해당 청원은 7일 기준 2700명의 동의를 받았다.
윤정희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청원인은 알츠하이머 치매와 당뇨를 앓는 윤정희가 프랑스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기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윤정희는 남편과 별거 상태로 배우자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홀로 투병 중에 있다”며 “근처에 딸이 살지만 본인 생활이 바빠 자기 엄마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배우자와 딸에게 방치된 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낸다”고 했다.
이어 “딸에게 형제들이 자유롭게 전화와 방문을 할 수 있도록 수차례 요청했지만 감옥 죄수 면회하듯 횟수와 시간을 정해줬다”며 “윤정희는 혼자서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 우편물을 보내도 반송된다. 인간의 기본권은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정희 스스로 필요한 약을 제때 먹는지 확인할 수도 없어 건강이 우려된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본인의 장모상, 그리고 할머니 장례식에는 오지도 않던 배우자와 딸은 서울에 나타나 언론에 자청해 인터뷰했다. 윤정희를 죽음을 앞둔 사람, 의식불명 또는 노망 상태인 것처럼 알렸다”고 비판하며 윤정희가 현 상황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간병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백건우 부녀와 윤정희 동생들 소송전… 프랑스 법원 “금전적 횡령 근거 없어”
한편 윤정희의 후견인 자리를 놓고 백건우 부녀와 소송을 이어가던 윤정희 동생 3인은 지난해 11월 파리고등법원의 판결로 최종 패소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손미자(윤정희의 본명)가 배우자 및 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현재 그녀는 안전하고 친숙한 환경에서 안락한 조건을 누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배우자와 딸이 그녀에게 애정을 보이지 않으며, 그녀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고 금전적 횡령이 의심된다는 주장은 서류를 살펴본 결과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또한 “손미자의 형제자매들이 그녀와 통화하거나 직접 방문하여 그녀가 배우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영화 촬영에 대해 이야기하며 피성년후견인(윤정희)의 심적 불안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청원인의 전화 및 접견 횟수가 제한된 것도 법원 판결에 따른 것이라는 게 백견우 측 주장이다.
윤정희는 1960년대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리며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대종상 여우주연상 3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3회,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윤정희의 마지막 연기 작품은 2010년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 ‘시’다. 이 영화에서 윤정희는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겪는 미자 역을 열연해 LA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과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을 수상했다. 이후 2019년 백건우가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 “알츠하이머 증세가 1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고 윤정희의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을 공개해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샀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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