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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사람과 자연의 관계 재정립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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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2-03 22:01:16 수정 : 2021-02-03 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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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혜택도 재앙도
사람과 상호작용의 결과물
작은 변화도 주의 깊게 고찰
서로에게 이로운 관계 돼야

갑갑한 KF94 마스크는 그런대로 참을 만한데 주변의 강, 산, 바다를 맘 편히 즐기지 못하는 현실은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다. 다양한 감각과 기억력, 상상력을 동원해 자연을 느끼는 것이 이렇게 소중한 것인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사람은 자연과 관계를 맺으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혜택을 입는다. 자연으로부터 천연자원과 같은 물질적인 이익을 취할 수도 있고 자연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찾듯이 비물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 사람과 자연 간의 관계에 따라 자연이 우리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과 우리가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뀔 수 있다. 자연은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을 스스로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고 사람과의 관계도 조금씩 바꾼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생명과학

하지만 자연의 작은 변화를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관계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러다 자연이 자연재해와 같이 큰 범위로 바뀔 때 비로소 사람은 자연과의 관계가 바뀐 것을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2004년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양 지진해일 이후 연안 습지에 자라는 맹그로브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이익을 주었는지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맹그로브 숲을 새우양식장으로 바꿔 물질적 이익을 취했지만, 맹그로브 숲이 자연재해를 막아주는 혜택은 얻지 못했다. 그제야 사람은 자연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맹그로브를 가져와 새우양식장에 다시 심었다.

많은 학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019(COVID-19) 범유행이 자연재해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자연 간의 관계를 바꿀 거라 예상했고 이미 작은 변화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도심과 가까운 북한산 국립공원에는 2020년 1월부터 6월 사이 방문객 수가 341만명으로 전년 대비 23.5% 증가하였다. 미국 버몬트주 벌링턴시와 그 주변 도시에 사는 사람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명령 해제 후 설문에 답한 400여명 중 약 69%가 이전보다 훨씬 더 자주 자연환경에 방문한다고 답하였다. 마치 외부요인에 억눌려 한동안 잊었던 자연의 비물질적인 혜택을 한꺼번에 받아내려는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자연에서의 활동이 증가했다고 사람과 자연 간의 관계가 바뀌었다고 설명하기는 어렵다. 사람들이 자연의 가치와 본질을 보다 주의 깊게 고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자연과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기 위해 할 일이 있다. 환경미학을 연구하는 앨런 칼슨(Allen Carlson) 교수는 자연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으면 자연의 혜택, 특히 미적 가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이나 생태학을 공부할 수 없다면 산이나 들에 사는 동식물의 이름 하나 익히는 것만으로도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자연이 가진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나라에 기록된 약 5만2600종의 생물 중 이름이 가장 긴 ‘돌기머리세아가미불구다리원시바다대벌레’도 있고 이름이 가장 짧은 ‘삵’도 있다. 그리고 ‘애기똥풀’, ‘노루오줌’, ‘며느리배꼽’과 같이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식물도 있다.

자연을 멀찌감치 서서 예술작품 감상하듯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자연의 혜택은 자연과 상호작용의 결과물이기에 직접 참여해 자연을 경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연에서 즐기는 산책이나 등산, 낚시 등 녹색운동(green exercise)은 육체적 건강은 물론 최근 상황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집착도 줄여준다고 한다.

과거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져온 환경오염,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등 생태재앙은 사람과 자연 간의 관계를 피해자와 가해자로 만들었다.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높아진 자연의 가치와 혜택에 관한 관심을 유지해서 사람과 자연이 서로 이익을 얻는 관계가 되길 기대한다.

 

도윤호 공주대 교수·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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