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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대금 정산 위한 보증금 반환채권이 공익채권 해당할까 [알아야 보이는 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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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1-28 09:31:15 수정 : 2023-11-26 23: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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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자 회생과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은 채무자의 회생절차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인을 회생채권자, 회생 담보권자, 주주 및 지분권자, 공익채권자, 개시 후 기타채권자 등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특히 채무자에 대한 채권이 회생채권으로 아니면 공익채권으로 분류되는지는 채무자와 채권자 모두에게 대단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회생채권은 대부분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재산상의 청구권에 해당하고, 공익채권은 대부분 회생절차 개시 후의 원인으로 생긴 채권인데(그밖에 위 기준과 달리 채무자회생법이 개별적으로 각각 회생채권, 공익채권으로 규정한 채권도 있습니다), 회생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여서만, 즉 회생계획에 정해진 방법으로 회생계획에서 조정된 내용에 따라서만 변제할 수 있는 반면, 공익채권은 회생절차에 의하지 않고도 수시로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에 우선하여 변제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특히 위에서는 공익채권의 특징을 아울러 설명하였으나 채무자회생법은 179조 및 개별 조항에서 공익채권으로 인정되는 채권의 내용을 열거하고 있고, 실제로 회생절차 개시 후의 원인에 기하여 생긴 청구권이라 하더라도 법상 공익채권으로 규정되지 아니한 청구권은 공익채권이 아니라 개시 후 기타채권이 될 뿐이므로, 어떤 채권이 공익채권에 해당하는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채무자회생법 119조 1항 본문은 “쌍무계약에 관하여 채무자와 그 상대방이 모두 회생절차 개시 당시에 아직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고, 동법 179조 1항 7호는 ‘119조 1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리인이 채무의 이행을 하는 때에 상대방이 갖는 청구권’을 공익채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갑과 을 사이에 을이 갑에게 물품을 공급하되, 갑은 을에게 제품대금 정산을 위한 보증금을 지급하고 계약 해지 시 이를 반환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 갑이 을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상태에서 을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되고 관리인이 쌍방 미이행 상태인 위 물품공급 계약의 이행을 선택하였고, 이후 계약기간 종료 시 갑이 인가된 회생계획과 무관하게 을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여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을까요? 

 

위 사례에서 을의 관리인은 을의 물품공급 채무를 이행하며 상대방인 갑에게 대금지급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상대방인 갑이 갖게 되는 물품공급 청구권은 공익채권에 해당할 테지만, 이와 같은 쌍방의 채무 이행이 있은 뒤 갑이 계약을 해지하며 갖게 되는 보증금 반환 청구권까지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의 이행에 따라 상대방이 갖는 청구권으로서 공익채권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와 같은 사안에서 갑의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갑과 을은, 을이 갑에게 계약기간 2년 동안 특허물품을 공급하기로 하는 물품공급 계약을 맺고, 갑은 계약 해지 시 반환받는 조건으로 을에게 제품대금 정산금 담보를 위한 보증금으로 1억원을 지급하였는데, 이후 을이 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하였습니다. 을의 관리인은 갑과 계속해서 위 계약을 유지하기로 협의하여 회생절차 중에도 거래를 지속하였고, 계약기간 종료 후 갑이 계약을 해지하고 을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청하였는데, 을은 위 보증금 반환채권이 회생채권임을 이유로 그 반환을 거부한 사안에 대해서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채무자회생법 119조 1항에서 정한 쌍무계약은 양쪽 당사자가 서로 대가관계에 있는 채무를 부담하는 계약으로, 양쪽 당사자의 채무 사이에 성립·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있어서 서로 담보로서 기능 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판시하며, 갑이 보증금 범위에서 제품을 주문할 수 있고, 주문한 제품의 대금이 보증금을 초과하면 초과 금액을 먼저 입금한 뒤 제품을 주문할 수 있으며, 갑이 제품대금을 연체하면 미수금을 보증금에서 우선 변제한다는 등의 계약문언을 들어 “원고(갑)가 피고(을)에게 지급한 보증금은 물품대금에 대한 선급금의 성격을 가지므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보증금 반환채권은 피고의 원고에 대한 물품대금 채권과 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있어서 서로 담보로서 기능 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채무자회생법 179조 1항 7호에서 정한 공익채권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을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2021. 1. 14. 선고2018다255143판결). 

 

이처럼 관리인이 계약 이행을 선택한 뒤 채권자가 계약을 해지하며 가지게 된 보증금 반환채권 등 채권자의 청구권이 일견 채무자회생법 179조 1항 7호에 해당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채무자에 대한 청구권의 명목이나 내용만을 기계적으로 살필 것이 아니라, 양쪽 당사자의 채무 사이에 성립·이행·존속상 견련성이 있어 서로 담보로서 기능 하는지를 실질적으로 따져 공익채권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정현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hyunjee.chung@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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