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농어촌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 중 비닐하우스 같은 가설 건축물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설 건축물은 냉난방 시설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이런 곳을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주에게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6일 고용노동부의 농어업 분야 외국인 노동자 주거 환경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9.6%의 외국인 노동자가 가설 건축물에 살고 있다고 답했다. 일반 주택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25.0%에 불과했다.
가설 건축물은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비닐하우스 내 시설 등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경기도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가 숨지면서 이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외국인 노동자의 숙소로 쓰이는 가설 건축물(사업주 응답 기준)은 조립식 패널(38.7%)이 가장 많았고 비닐하우스 내 시설(17.6%)과 컨테이너(8.2%)가 뒤를 이었다.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한 사업주는 해당 건축물을 자치단체에 주거시설로 신고하지 않은 경우(56.5%)가 절반을 넘었다.
외국인 노동자 숙소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잠금장치나 소방 시설 등을 제대로 못 갖춘 경우가 많았다. 특히 어촌 노동자의 21.5%는 소화기와 화재경보기가 숙소에 없다고 답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지난해 9∼11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 농어촌 사업장 3500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대상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3850명이 설문에 응했다.
고용부는 외국인 노동자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해 올해부터 비닐하우스 내 조립식 패널 등을 숙소로 제공하는 사업주에게 외국인 노동자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또 기존 고용허가 사업장에서 비닐하우스 내 시설을 숙소로 써온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는 본인 희망에 따라 사업장 변경을 허용할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을 앞둔 외국인 노동자에게 숙소 사진 등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쓸 경우 현장 실사를 하는 등 지도·점검을 강화하겠다”며 “외국인 노동자를 다수 고용한 사업장에서 노동법을 제대로 지키는지 근로감독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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