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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8일째… “준호야 이 추위에 어디 있니”

입력 : 2021-01-04 19:22:13 수정 : 2021-01-05 11:2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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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살 발달장애인 모친의 애타는 수색기
감염 우려로 보호기관에 못간 날
인적 드문 행주산성 산책 중 실종
연락처 적힌 목걸이도 착용 안 돼
경찰 60여명 인근 도로 등 수색
주변 CCTV에도 안 보여 난항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준호야 대체 어디에 있니….”

 

4일 오전 11시. 경기 고양시 일산대교 인근에서 만난 경기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관계자들은 길을 지나는 이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날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머리털이 쭈뼛 서는 추위였지만 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쉬지 않고 “이렇게 생긴 사람 본 적 없냐”고 간절하게 물었다. 하지만 지나가는 이들 모두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이들이 애타게 찾고 있는 사람은 장준호(21)씨다. 언어소통이 어려운 발달장애인인 그는 이날로 8일째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장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4시30분쯤 고양시 행주산성 둘레길에서 어머니와 산책을 하던 중 사라졌다. 장씨가 사라진 시간은 평소대로라면 보호기관에 가 있을 시간이었다. 그러나 최근 비염증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호기관에 가지 못했다.

 

휴가를 내고 집에서 그를 돌보던 어머니 신모씨는 답답해하는 장씨를 위해 실종 당일 잠깐 산책을 하러 집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넓은 공원을 보고 신나게 뛰어놀던 장씨는 길이 아닌 곳으로 달려가더니 돌연 모습을 감췄다. 신씨는 그날 이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경찰이 수색 중이지만, 집에만 있을 수 없어 매일 밤낮으로 아들과 함께 산책을 다녔던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장씨를 보호하던 복지협회 직원들도 매일 오전과 오후로 조를 나눠 경찰과 별도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날까지 아무런 단서도 발견하지 못했다. 복지협회 관계자는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서 직원들이 백방으로 수색 작업을 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실종 사실을 알리고 있다”며 “관련 제보가 하루에도 수십통이 오고 있지만, 아직 유의미한 것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협회가 수색을 벌인 일산대교 일대는 장씨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산책길에서 13㎞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한 무속인이 신씨에게 ‘아들을 발견할 수 있는 장소’라고 짚어준 장소였다. 신씨는 평소 무속신앙을 믿지 않았지만, 일주일이 넘도록 아들을 찾지 못하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무속인을 찾았다. 어머니의 심정을 아는 협회 직원들은 어머니의 부탁에 이날 이곳에서 장씨의 흔적을 찾았다.

 

장씨가 혼자 길을 다닌 적이 없다는 점도 이들의 걱정을 키우고 있다. 장씨는 평소 집과 보호기관 외에는 다니는 곳이 없어서 낯선 곳에서 혼자 집을 찾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원래 보호자의 연락처와 거주지가 적힌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설상가상으로 실종 며칠 전 끊어져 새로 구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장씨 혼자 전화를 거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경찰도 전담수사팀을 꾸려 장씨를 수색하고 있다. 장씨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산책로뿐 아니라 인근 도로와 비닐하우스 등까지 수색을 마쳤다. 이날도 60여명의 경찰인력이 행주산성 인근에 투입됐다. 하지만 인근 현장과 다른 출입로 폐쇄회로(CC)TV에 장씨의 모습이 포착되지 않아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군에서도 오는 6일부터 병력을 지원할 예정이지만,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일반 병사를 제외한 25명만 투입된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는 신씨의 마음을 더욱 애타게 한다. 신씨는 흐르는 시간을 멈추고 싶은 심정이다. 신씨는 “아들이 마스크를 쓰는 것을 어려워해 일부러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갔는데 이 선택이 아이를 찾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날이 추워져서 한시가 아까운 상황”이라며 “제보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장씨는 키 173㎝, 몸무게 108㎏의 건장한 체격이다. 실종 당시 짙은 남색 얇은 점퍼와 검정색 바지, 회색 티셔츠에 진회색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현재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을 수도 있다. 제보는 고양경찰서 실종전담팀(010-2355-7183)으로 하면 된다.

 

고양=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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