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만장자의 상속인 행세를 하며 미국 뉴욕 사교계를 발칵 뒤집어놨던 이른바 ‘가짜 상속녀’의 근황이 공개됐다. 이 여성은 “부끄러운 짓을 해서 죄송하다”며 잘못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다수의 중절도 혐의, 서류를 위조해 여러 은행으로부터 수만달러를 대출받은 혐의 등으로 복역 중인 애나 소로킨(29)의 최근 소식이 공개됐다.
지난 10월6일 열린 가석방위원회의 심리 녹취록에 따르면, 소로킨은 “나는 정말 부끄러운 짓을 했다. 나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었다. 죄송하다”고 털어놓았다.
독일 국적의 소로킨은 앞서 2013년 ‘애나 델비’라는 가명으로 뉴욕 사교계에 등장, 패션과 예술계의 유명인사로 떠올랐다.
소로킨은 독특한 동유럽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며 6700만달러(약 787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가진 독일계 부자의 상속인 행세를 했다. 명품 옷과 신발로 몸을 휘감고 다녔으며, 맨해튼의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호화판 생활을 했다. 개인 전용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10월 소로킨의 사기 행각이 들통 났다. 그녀는 냉난방 업체를 운영하는 평범한 러시아 출신 사업가의 딸이었으며, 패션스쿨을 중퇴하고 패션잡지에서 잠시 인턴으로 일했다.
독일에서 살던 소로킨은 뉴욕에 온 뒤 애나 델비로 둔갑, 가짜 배경을 바탕으로 은행과 지인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냈다. 그녀가 서류를 위조해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액수만 20만달러(약 2억2000만원)에 달했다.
결국 소로킨은 지난해 5월 징역 4년에서 최대 1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2만4000달러(약 2800만원)의 벌금과 20만달러에 달하는 피해배상금도 부과했다. 다이엔 키젤 뉴욕주 대법원 판사는 “피고인은 뉴욕의 화려함에 빠져 눈이 멀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로킨의 기행은 사기극이 발각된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 화려한 차림으로 법정에 나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는 그녀의 인생을 영상화하는 조건으로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미국 인기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를 제작한 프로듀서 숀다 라임즈 연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스타 배우 제니퍼 로렌스 주연으로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상황이다.
당시 검찰 측은 “이런 행태가 아직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며 “소로킨이 유일하게 감정을 표출한 것은 교정 당국이 지급한 옷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울었던 순간”이라고 전했다.
한편 소로킨은 내년 2월 가석방으로 출소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후 독일로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작가가 되기 위해 책을 쓰고 있다고 밝힌 소로킨은 만약 미국에 머물게 될 경우, 작가가 되지 못하면 설거지라도 해서 생계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애나 델비 인스타그램 캡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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