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 '문외한'…취임 시 北·中 도전 직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흑인으로 육군 4성 장군 출신인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관(67)을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할 것이라고 미국의 주요 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가 상원의 인준을 받아 취임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출신 국방장관이 된다. 그는 미 육사를 졸업한 뒤 41년 동안 현역으로 근무했고, 2016년에 이라크를 비롯한 미국의 중동 지역 군사 작전을 총괄하는 중부 사령관을 끝으로 퇴역했다. 그는 미군 내에서 대표적인 중동 지역 전문가로 꼽히나 한반도와 중국 등 아시아 지역 문제에는 ‘문외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취임하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그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조용한 업무 스타일을 고수해왔고, 이 점이 바이든 당선인의 낙점을 받은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스타’ 또는 ‘명망가’보다는 ‘실무형’ 국방부 장관을 원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이날 보도했다. 오스틴은 전형적인 야전 사령관 출신으로 그의 정치적 성향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NYT가 지적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펜타곤의 문민 지배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현역 군인은 퇴역한 지 7년이 지나야 국방부 장관이 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오스틴은 제대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아 국방부 장관이 되려면 미 상원과 하원의 ‘예외 인정’ 동의를 받아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는 초대 국방부 장관이었던 제임스 매티스가 의회의 동의를 받는 절차를 밟았었다. 오스틴 내정자도 의회의 동의 절차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처럼 펜타곤의 문민 우위 체제를 훼손한다는 점에도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워싱턴 포스트(WP)가 보도했다.
오스틴 내정자가 퇴역한 뒤 방산업체 레이시온 테크놀로지의 이사 등을 역임한 것도 상원의 인준 청문회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에서 최초의 여성 출신 국방부 장관 탄생 여부로 주목을 받았던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차관도 방산업체와의 유착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 등으로 낙마했다. 또 다른 국방부 장관 유력 후보였던 흑인 출신 제 존슨 전 국토안보부 장관은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재임할 당시에 불법 이민자 가족 구금 및 추방, 드론을 이용한 민간인 폭격 등의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오스틴 내정자는 오바마 정부 당시에 중부 사령관을 맡아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 작업 등을 지휘하면서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긴밀하게 접촉했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그가 장성으로 진급한 뒤 이라크에서 미군과 연합군을 지휘할 때 바이든 당선인과 처음으로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2008년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에 당선됐을 때 이라크 내 다국적군을 지휘했다. 그는 2012년 합참의 첫 흑인 참모차장이 됐고, 2013년 첫 흑인 출신 중부 사령관에 취임해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퇴치 전략을 지휘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흑인 출신으로 미군 내에서 최초 기록을 수립해온 그의 이력에 주목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오스틴 내정자는 미국 내 흑인 정치인들과 흑인 인권단체 등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아시아계, 흑인, 라티노 등 소수인종 그룹은 바이든 정부의 각료 등 고위직 지분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미국 인구의 약 7%를 차지하는 아시아계도 각료 중 최소한 1명은 아시아계를 임명해야 한다며 치열한 로비전을 전개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 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소속 의원들이 이날 바이든 인수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바이든 당선인의 당선에 기여한 아시아계에 대한 배려를 요구할 것이라고 WP가 전했다. 지금까지 낙점을 받은 아시아계 고위 인사는 부모가 인도에서 이민을 온 니라 탠든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지명자밖에 없다.

한편, 조지아주는 이날 약 1만 2000표 차이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재확인한 두 번째 재검표 결과를 다시 검표한 뒤 세 번째로 바이든의 승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지아주의 재인증에 앞서 조지아주 연방 판사는 트럼프 대통령 측 시드니 파월 변호사가 바이든의 승리를 뒤집으려고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자유의 메달 수여식에서 자신이 2016년과 2020년 두 번의 대선 도전에서 모두 이겼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작된 선거였고, 이는 우리나라의 치욕으로 제3 세계와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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