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주식회사의 대표이사 B는 기존 주주들에게 가진 주식 수에 따라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면서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신주를 발행하였으나, 일부 주주들이 신주 인수를 포기하여 실권주가 발생하였습니다. B는 하는 수 없이 그 실권주를 기존 주주가 아닌 3자에게 배정하였고, 그 결과 A회사의 지분 비율에 변화가 생기고 주식 가치가 희석되어 결과적으로 기존 주주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습니다. B를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09. 5. 29. 선고 2007도4949)에 따르면 주주는 회사에 대하여 주식의 인수가액에 대한 납입 의무를 부담할 뿐 인수가액 전액을 납입하여 주식을 취득한 뒤에는 유한책임의 원칙에 따라 회사에 대하여 추가 출자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점, 회사가 준비금을 자본으로 전입하거나 이익을 주식으로 배당할 시 주주들에게 지분 비율에 따라 무상으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회사가 주주 배정의 방법, 즉 가진 주식 수에 따라 신주,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신주 등’이라 한다)의 배정을 하는 방법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면 발행가액 등을 반드시 시가에 의하여야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회사의 이사로서는 주주 배정의 방법으로 신주를 발행할 때 원칙적으로 액면가를 밑돌아서는 안 된다는 제약 외에는 주주 전체의 이익, 회사의 자금 조달 필요성, 급박성 등을 감안하여 경영 판단에 따라 자유로이 그 조건을 정할 수 있고, 시가보다 낮게 발행가액 등을 정함으로써 주주들로부터 가능한 최대한의 자금을 유치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배임죄의 구성요건인 임무위배, 즉 회사의 재산보호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주주 배정의 방법이 아니라 제3자에게 인수권을 부여하는 3자 배정방법 때는 3자가 신주 등을 인수함으로써 회사의 지분을 새로 취득하게 되므로 그 3자와 회사의 관계를 주주의 경우와 동일하게 볼 수 없습니다. 3자에게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액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면 시가를 적정하게 반영하여 발행 조건을 정하거나 주식의 실질가액을 고려한 적정한 가격에 의하여 발행하는 때와 비교하여 그 차이가 상당한 만큼 회사의 자산을 증가시키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하는데, 이럴 때는 회사법상 공정한 발행가액과 실제 발행가액의 차액에 발행 주식 수를 곱하여 산출된 액수만큼 회사가 손해를 입은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액으로 3자 배정방식에 의하여 신주 등을 발행하는 행위는 이사의 임무위배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그로 인하여 회사에 공정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자금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힌 이상 이사에 대하여 배임죄의 죄책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회사가 3자 배정의 방법으로 신주 등을 발행할 때는 재무구조, 영업전망과 그에 대한 시장의 평가, 주식의 실질가액, 금융시장의 상황, 신주의 인수 가능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사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신주의 발행가액 등을 공정한 가액보다 현저히 낮추어 발행했는지 살펴 업무상 배임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위 사안과 같이 주주들이 신주 인수를 포기하여 실권주가 발생하고, 그 실권주를 3자에게 배정했다면 주주 배정과 3자 배정 중 어떠한 방식에 해당할까요? 위 판결에 따르면 신주 등의 발행에서 주주 또는 3자 배정 방식을 구별하는 기준은 회사가 신주 등을 발행하는 때에 주주들에게 그들의 지분 비율에 따라 신주 등을 우선적으로 인수할 기회를 부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지, 신주 등의 인수권을 부여받은 주주들이 실제로 인수권을 행사함으로써 신주 등을 배정받았는지 여부에 좌우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가 기존 주주들에게 지분 비율대로 신주 등을 인수할 기회를 부여하였는데도 주주들이 그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발생한 실권주 등을 3자에게 배정한 결과 회사 지분 비율에 변화가 생기고, 아울러 신주 등의 발행가액이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아 그 인수권을 행사하지 아니한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희석되어 기존 주주들의 부(富)가 새로이 주주가 된 이들에게 이전되는 효과가 발생하더라도 그로 인한 불이익은 기존 주주들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일 뿐입니다. 또한 회사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기존 주주들이 신주 등을 인수하여 이를 3자에게 양도한 경우와 이사회가 기존 주주들이 인수하지 아니한 신주 등을 3자에게 배정한 경우를 비교하여 보면 유입되는 자금의 규모에 아무런 차이가 없을 것이므로, 이사가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어떠한 임무에 위배하여 손해를 끼쳤다고 볼 수 없습니다.
판례는 이처럼 신주 발행과 관련된 대표이사의 업무는 회사의 사무일 뿐, 일반 주주들에 대하여 그들의 신주인수권과 기준 주식의 가치를 보존하는 임무를 대행한다거나 주주의 재산보전 행위에 협력하는 자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0. 10. 14. 선고 2010도387 판결 등). 따라서 신주 발행 등 회사의 업무와 관련하여 이사에 대한 업무상 배임이 문제된다면 손해를 입은 자가 주주인지 회사인지 잘 따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김미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miyeon.kim@baru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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