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핑크림 제조용 소형캡슐 제조·유통 금지
매장서 60만원대 대용량 장비 구입해야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가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다음 달부터 카페모카 메뉴를 없애는 것을 고민 중이다. 카페모카에 올라가는 휘핑크림을 만드는 데 쓰이는 아산화질소 사용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강화했기 때문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8g짜리 아산화질소 카트리지(소형 용기) 대신 2.5ℓ 이상의 대용량 ‘가스통’을 구비해야 하는데 초기비용도 부담스럽고 무엇보다 작은 카페 안에 둘 곳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코로나19로 장사도 안되는 상황이라 남아 있는 카트리지도 올해 안에 소진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추가로 비용을 들이느니 아예 메뉴를 없애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의 경우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한 규모의 카페들이 아산화질소를 사용한 커피 메뉴의 ‘존폐’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버닝썬’ 등 강남의 일부 유명 클럽에서 아산화질소를 환각 물질로 흡입해 논란이 된 이후 정부가 관련 규정을 강화한 여파다. 정부는 아산화질소의 오용을 막고 카페 등 사업장에도 장기적으로 경제적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영세사업자 사이에선 경기가 악화한 상황에서 새 장비를 들여야 하는 부담이 가중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식품첨가물로 판매되는 아산화질소의 유통 관리 강화 대책을 시행한다. 개정된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은 휘핑크림 제조용 소형 아산화질소 캡슐 제품의 제조·수입·유통을 전면 금지하고 2.5ℓ 이상의 고압 금속용기에만 충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아산화질소를 풍선에 담아 흡입하는 ‘해피벌룬’이 환각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례가 속출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카페나 제과점에서는 대용량 고압금속용기와 가스 조절 장치(레귤레이터) 등을 추가로 구입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60만원 선이다.
이에 강북구 4.19 카페거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가스 주입식 휘핑기를 처분하고 거품기 방식의 새로운 기계를 들일 예정이다. 당장 카트리지 재고가 남아 있고 코로나19가 당장 나아질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해 대용량 아산화질소를 들이기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B씨는 “캡슐의 가격도 그리 저려한 편은 아니었다. 대용량이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일 수도 있다”면서도 “매장 안에 두기도 불편하고 당장의 매출 걱정하기에도 바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고압용기를 구매하는 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나 개정안 시행을 예고한 뒤 1년 이상의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장기적으로 더 경제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는 폭발의 위험성에 대해 “아산화질소는 비활성 기체(다른 원소와 거의 반응하지 않는 안정한 원소)이기 때문에 위험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도 “아산화질소가 높은 압력으로 압축된 게 아니라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면서 “다만 중독성이 있는 만큼 도박이나 마약처럼 사회적으로 규제한다고 쉽게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불법 유통에 대한 단속도 지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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