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알려진 투르크메니스탄의 대통령이 반려견 동상을 세워 국제적인 비판을 받고 있다. 심지어 이 대형 동상은 황금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영국 BBC 방송은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수도 아시가바트에서 토종견 ‘알라바이’를 본뜬 황금 동상의 제막식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알라바이(Alabay)는 중앙아시아 세퍼트의 일종인 투르크메니스탄 토종견이며, 양을 돌보는 목축견으로 이름이 높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국보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알라바이에 대한 애정을 수차례 드러내왔다. 지난해에는 알라바이에 대한 책을 직접 쓰는가 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카타르의 지도자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 등 각국 정상들에게 알라바이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번에 만든 동상은 높이가 6m에 달하며, 아래쪽에는 알라바이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재생되는 LED 화면까지 설치됐다. 동상의 제작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앞서 2015년에는 황금 기마상을 만들기도 했다.
이에 현지 매체들은 “알라바이의 자존감과 자신감을 잘 표현했다”고 칭찬 일색의 반응을 보였지만, 외신들은 투르크메니스탄의 나라 살림과 언론 통제 등을 언급하며 비판했다. BBC는 “웅장한 동상과는 달리 투르크메니스탄 국민들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2006년 투르크메니스탄의 2대 대통령 겸 총리에 취임한 베르디무하메도프 대통령은 온갖 기행과 독재로 악명이 높다. 경마 대회에 참가했다가 말에서 떨어지자 대통령의 체면이 구겨진다는 이유로 보도 통제를 하는가 하면, 외국에서 발급된 카드로 결제를 하면 자국 통화 결제(DCC)가 강제로 적용되는 법을 만는 적도 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공개한 ‘2020 세계언론자유지수’ 보고서에서 투르크메니스탄은 180개국 중 179위를 기록한 바 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BBC 홈페이지 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