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게임즈 ‘샤이닝니키’ 한국판서
아이템 중 하나로 한복 판매 시작하자
中 이용자 “中 조선족 의상” 항의 빗발
게임사 서비스 종료… 韓 이용자만 피해
선정적 광고 등 돌출된 문제 수두룩
국내법 제재 한계 이용해 배짱 운영
한국, 中 게임사에 세번째로 큰 시장
2019년에만 2조원 가까운 매출 올려
中 서비스 중단된 국내 업체와 대조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니키 한국판이 ‘동북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샤이닝니키에서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아이템으로 판매하자 중국 유저들이 “조선족의 고유 의상”이라고 주장하면서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에 제작사 측이 “중국 기업으로 의무를 다하겠다”며 아이템을 삭제하면서 ‘동북공정’ 논란마저 일었고, 현재 제작사는 샤이닝니키의 서비스 종료를 선언한 상황이다. 결국 지금까지 샤이닝니키의 관련 아이템을 구매한 한국 유저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제공 중이던 게임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는‘먹튀 논란’부터 시작해서 선정성 광고, 게임 광고와 실제 내용이 전혀 다른 게임 등 중국발 게임들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10일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재 페이퍼게임즈의 샤이닝니키 서비스 종료 후 유저들은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콘분위)에 분쟁조정을 신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콘분위에 샤이닝니키와 관련해 접수된 분쟁조정 신청은 총 30건이다. 개발사인 페이퍼게임즈를 대상으로 한 신청이 21건이고 판매 플랫폼인 애플코리아를 대상으로한 조정은 9건이다. 서비스 종료를 공식적으로 알린 직후라 현재는 보다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페이퍼게임즈 측은 지난 5일 공식 카페에 ‘샤이닝니키 한국판 서비스 종료 안내’라는 공지글을 통해 “논란을 일으킨 의상 세트 폐기 공지를 안내한 후에도 일부 계정들은 여전히 중국을 모욕하는 급진적인 언론을 여러 차례 쏟아냈다”며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는 이러한 언론과 행위를 단호히 배격하고 국가의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해 한국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샤이닝니키가 한복 의상을 아이템으로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한복 의상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 조선족의 의상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개발사가 이에 해당 아이템을 삭제하고 사과하면서 국내 팬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문제는 중국 유저들의 거센 항의에 발표한 페이퍼게임즈의 입장이다. 페이퍼게임즈 측은 “하나의 중국 기업으로서 페이퍼게임즈와 중국의 입장은 늘 일치한다”며 “국가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고 적극적으로 중국 기업의 책임과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한국 서버에서 조국을 모욕하거나 악의적인 사실을 퍼트린 유저는 이미 담당 팀과 만나 채팅 금지뿐만 아니라 계정 정지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 팬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특히 페이퍼게임즈는 “‘의관제도는 중국과 동일하다’는 관점을 밝힌 이하 문장의 견해에 동의한다”며 글 하나를 공유했다. 해당 글은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중앙위원회에서 쓴 것으로 “한국 왕실의 의상은 명나라 황제가 수여했으며, 한국은 자체적인 복장 체계가 없었고 한국 드라마에서 나오는 한복은 명나라 의상을 따라 개선된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친다.

중국 게임이 국내에서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선정성 광고뿐만 아니라 광고 내용과 실제 게임 내용이 전혀 달라 논란이 됐던 ‘왕이 되는 자’를 유통한 ‘창쿨 엔터테인먼트’ 사례가 대표적이다. 불과 며칠 전에는 대형 중국계 게임유통사인 엑스디 글로벌이 우리나라에서 게임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이용자 환불 안내를 전혀 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 이밖에 국내 홍보·운영·개인정보관리 대행사를 통해 마케팅에만 열을 올리고 책임은 회피하는 사례들도 다수 있다.
중국발 게임들은 마케팅과 광고 등 효과에 힘입어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중국 시청각디지털출판협회 게임위원회(GPC)의 2019년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게임산업의 2019년 해외 매출은 115억9000만달러(약 13조4049억원)로 추산된다. 이는 전년보다 21% 증가한 규모다. GPC가 공개한 국가별 수출 비중을 보면 한국은 14.3%에 달했다. 미국(30.9%) 일본(22.4%)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출시장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중국 게임업체들이 한국에서 16억5737만달러(약 1조916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중국 게임은 현재 국내 게임업계에서 매출 상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 9월28일 출시된 중국 게임회사인 미호요의 원신은 미국·일본·한국 등 전 세계 주요 모바일 게임 매출에서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출시 2주 동안 전 세계에서 1억달러의 매출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이는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인해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인 판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 게임사들의 사정과는 상반된 것이다.
국내 이용자를 무시하면서 배짱 운영을 하는 배경에는 국내 법의 한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선 현행법상 서비스 종료 후 콘분위를 통한 조정이나 유저 개개인의 소 제기를 제외하고는 특별한 구제장치가 없다. 또 실제 시정권고 등에 나선다 하더라도 소규모 국내 지사의 경우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뿐더러 중국측 본사에서는 시정권고 등에도 콧방귀만 뀌기 때문이다.

이에 외국 게임회사들의 먹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의 도입 등 법적 보완이 요구된다. 정보통신망법상 해외 인터넷 기업에게 적용되고 있는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는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 부처의 서류 제출 대리 업무 등 의무를 국내 대리인에게 부과하고 과태료 규정을 명시해 사업자들이 서비스 관리 및 실태를 면밀하게 살피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게임사들은 국내 게임사들과 달리 유저들의 평판이나 정부의 시정권고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아 과장광고나 선정적인 광고, 서비스 중단 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회사들이 많다”며 “결국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통해 책임소재를 보다 명확히 해 유저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향후 배짱 운영에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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