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G2 무역갈등 후 아세안에 눈독
한국 투자규모 최근 9년간 年 8.9%↑
베트남 등 5개국 사업환경 中과 대등
中 위주 벗어나 투자 적극 고려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변동성이 커지고, 중국의 생산비용 상승과 미·중 통상 분쟁으로 탈중국 현상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탈중국화로 인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은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생산기지로 위상을 키우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투자 유치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어 코로나19 이후 이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아세안 투자 환경을 점검하고 새로운 진출 전략을 수립하는 게 더 중요해지고 있다.
◆탈중국 시대, 아세안에서 길 찾다
21일 코트라(KOTRA)와 현대차 등 현지 진출업체 등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은 최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경제 하방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도적·물리적 인프라 구축부터 민영화 등 기업 개혁, 금융 건전성 개선, 제조업 고도화, 4차 산업 육성 등 각종 체질 개선 노력을 전개 중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우리나라의 대아세안 투자 규모가 최근 9년간 연평균 8.9% 늘어나며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세안에 진출한 우리 현지법인의 영업이익률은 중국 진출 현지법인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 투자자의 대아세안 투자수익률도 대중국 수치를 넘어섰다.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아세안 5개국과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을 경제적, 정책적, 사회적 측면으로 분류해 평가한 결과 아세안 비즈니스 환경은 중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시장 매력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고임금 영향으로 생산 효율성이 좋지 못했다.
정책적 측면은 아세안 국가 대부분이 중국보다 나은 환경을 보였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정부 정책에서, 말레이시아·베트남·필리핀은 투자와 무역 제도에서 중국 대비 우위를 보였다. 사회적 측면으로는 인프라와 창업환경에서 강점을 가진 태국·말레이시아가 인적 자본이 중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무역협회 조의윤 연구원은 “저임금 추구형 해외 진출 기업들은 중국 위주의 투자 일변도에서 벗어나 아세안 투자를 고려하는 해외생산 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의 임금 상승 현상은 아세안 내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아세안 진출 일본기업은 임금 상승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생산 자동화를 더욱 강화하고 있어 우리 기업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매력적인 ‘젊은 시장’ 아세안
투자 측면에서뿐 아니라 아세안은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하다. 아세안 시장은 중산층의 구매력 확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층 등 성장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
인구 6억5000만명이 넘는 아세안은 우리 인구의 12배가 넘는 시장으로, 신남방정책의 중심 경제권이다. 무역협회가 아세안 회원국을 2018년과 2050년의 예상 인구를 기준으로 분석해 보면 아세안 톱3로 불리는 ‘VIP’(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가 유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세안 가전제품 수입시장 규모는 2014년 이후 연평균 8.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2018년에는 122억3048만달러를 기록했다. 아세안 지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도시화, 소득 수준 향상 등이 수입가전 수요를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또 2030년까지 전체 인구의 65%가 중산층으로 편입될 전망이고, 수입 가전제품에 관심이 많은 젊은 소비자층이 두터워 향후 시장 전망도 긍정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무역협회는 ‘아세안 가전시장 진출 및 진출 전략’ 보고서를 통해 기존 우리 수출의 주력 상품인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의 글로벌 시장은 성숙 단계로 추가 수요 창출에 한계가 있는 반면 아세안 지역은 우리 주요 가전 수출국 대비 가전제품 보급이 더딘 만큼 잠재 수요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청정가전 수요에 대한 현지 렌털 시장 활용이 필요하고, 고효율 가전 등을 통한 가성비 제고가 필요할 것으로 봤다. 최근 아세안 지역에 중국 기업들의 저가 가전제품 수입이 급증하고 있어 우리 기업의 가격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에너지효율과 가성비를 적극 홍보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무역협회 손창우 수석연구원은 “아세안 가전시장은 중산층의 구매력 확대, 환경과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층이라는 성장 요소를 두루 갖춘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우리 기업의 신뢰도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는 제품에 주력한다면 아세안 가전시장 진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