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사태라는 비상 상황을 고려해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과도해 국가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9일 김우현 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의 ‘2021년 예산안 및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2024년 국가채무 전망치는 1327조원이다. 이는 2020년 4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전망치(846조9000억원)와 비교해 4년 만에 56.7% 불어난 액수다.
김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2020년과 이후의 불확실한 미래는 재정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기”라면서도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된 경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지속적인 증가는 현재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더라도 가파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중기 계획의 마지막 시점(2024년)에도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는 완화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대응 자산이 없어 조세 등을 통해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급증하는 것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2024년 적자성 채무 전망치는 899조5000억원으로 2020년 전망치(506조9000억원)보다 77.5%나 증가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적자성 채무가 급증하는 것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고용·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등 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재정지출 소요는 증가하는 반면 세입 여건은 좋지 않은 탓이다. 고령화·사회안전망 확충으로 의무지출이 증가하는 추세에서 강한 재량지출 구조조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재정운용 폭이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게 김 부연구위원의 지적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국가채무 수준이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그는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인용해 “국가채무가 약 30% 증가하면 (신용평가기관이)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춘다”며 “특히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빠른 경우 신용등급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2월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제시된 한국의 국가채무 예상 수준이 중기적으로 신용등급에 의미 있는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는 지금 속도로 국가부채가 급증할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강등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에 대한 단기적 대응과 더불어 한국판 뉴딜 추진에 따른 중기 재정지출로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예산 사업을 좀 더 신중하게 설계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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